-
-
이 여름에 별을 보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7월
평점 :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어느 누가 무슨 연유로 이 말을 썼을까요? 현재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직장에 많은 시간을 소모합니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한다는 전제로, 업무에 쏟은 시간을 빼면 남는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고독과 도파민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그 몇 시간을 써야 할 때,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전 도파민입니다. 자는 시간 빼고 전부를 일에 몰두했는데, 하루 중 조금만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을 유쾌하게 보내고 싶어서요. 고독을 선택하게 되면 사색에 잠길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 저기 흩어진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논리적으로 배치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단순히 고독하게 사색에 잠길 뿐인데도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그에 반해 도파민을 형성하는 활동들은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사색보다 더 이롭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도파민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집중 방해, 중독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도파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이 여름의 별을 보다>의 학생들은 코로나로 인해 학업도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목표에 도전해 볼 기회조차 사라집니다. 이 사태는 한 가지 사례를 낳게 됩니다. 온라인으로 이어져서 ‘별 찾기’를 목표로 ‘망원경 만들기’를 합니다. 자신이 올려다보던 별을-외부 상황에 강제적으로- 잃고 새로운 별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여정이 또 다른 길을 발견하는 과정 같았습니다. 학생들은 좌절만을 경험하고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와 기기를 이어주는 온라인 세상이 존재했기에 다른 것에도 눈을 뜰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별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무늬가 아니라 하나하나 깊이를 갖고 저마다 크기며 반짝임, 거리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 하늘은 ‘입체’였구나! 128쪽
우주 속의 별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시간, 거리상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지요. 그 간격은 별마다 다르고요. 눈으로만 봤을 때는 모두 똑같아 보이는 별들이 자신들이 만든 망원경을 가지고 바라보면 멀고 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원근감이 생깁니다. 가장 가고 싶은 저 먼 별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과 긴 거리를 지나야 합니다. 당연히 소모되는 에너지도 많지요. 사색만을 추구하다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도중에 위치한, 도파민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별에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편입니다.
다만, 잠시 쉬는 별에서 우리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야 합니다. 자신이 가려고 했던 저 먼 별을 계속 바라봐야 합니다. 에너지를 모아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시로 확인합니다. 에너지를 전부 충전했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말이죠. 에너지가 충전될수록 그 빛이 뚜렷하게 보이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습니다. 떠나야 할 때를 알게 됩니다. 계기만 생긴다면 미련 없이 떠나게 됩니다.
학생들의 계기는 졸업이 될 것입니다. 어른들은 어떤 계기를 기다려야 할까요? 입학과 졸업 시스템을 벗어난 어른들은 계기가 없어서 하나의 별에 머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