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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7일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평점 :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대중교통에서도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요? 오직 SNS에만 열중할까요? 아닙니다. 전자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뉴스를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티브이, 책이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했지만 지금은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저절로 높아지게 됩니다.
소설에서 소년의 아버지 가쓰시는 눈으로 범인을 쫒았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뒤를 쫒았지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사람을 쫒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범인으로 추측되는 몽타주와 전국에 깔린 CCTV에 기록된 사람의 얼굴을 비교, 분석하여 동일인으로 인식되는 사람을 골라냅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까지 인공지능이 분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사람이 대신 처리하는 셈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사회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소년의 아버지는 인공지능보다 자신의 눈썰미를 믿습니다. 자신의 눈썰미로는 도통 알 수 없는 한 사람에 집착합니다. 그 사람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요. 가쓰시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몽타주나 사진을 업무를 통해 처음 접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첫 만남에서 눈썰미를 활용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이, 직업 등이 무엇인지 추측하고, 행복하게 살아왔는지 불행하게 살아왔을지 짐작해 봅니다. 이 과정에서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겨날 수도 있지요. 이 점을 근거로 인공지능은 중립적 또는 객관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인공지능과 관련된 몇 개의 기사를 보면 윤리에 어긋나는 글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여성과 노인을 차별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자살을 권유하는 등 윤리에 어긋나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졌을까요? 인공지능은 사람이 쓴 텍스트로 학습을 합니다. 이 때, 윤리에 어긋나는 표현(혐오나 차별도 포함해서)을 거르지 않고 무분별하게 학습을 시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요? 거기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잘못됐다고 인식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활용할 때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윤리에 어긋나는 표현에 접근할 수 있는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를 위한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겠지요. 그런 표현에 익숙해지는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이미 온갖 미디어 매체를 통해 윤리에 어긋나는 표현에 익숙해져 그것들이 윤리에 어긋나는 표현인지 모르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사실을 나이가 들고 나서 깨달아 많이 창피합니다. 인공지능의 개입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저도 그랬는데, 인공지능이 개입된 지식이 온라인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요즘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도 윤리를 의식하며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윤리 의식이 결여된 인공지능은 비윤리적인 길로 빠지는 또 하나의 경로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