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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7월
평점 :
북튜버의 동영상을 통해서 요네자와 호노부를 알게 됐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흑뢰성>을 소개할 때, 깊은 역사 지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건 일본인일 경우이지요. 번역서가 빨리 나오기를 바라기만 했는데, 제법 빨리 나왔습니다. 현대 소설에서 보기 힘든 지명, 직위 같은 사항이 나와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흑뢰성>을 읽으면서 복수의 사건이 별개로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래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 보면 저자의 생각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작 단편 형식의 미스터리는 말씀하신 대로 마지막에 한 가닥 실로 꿰어 구성합니다. 때문에 각 에피소드에는 마지막에 실을 꿰기 위한 '구멍'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구멍이 각 에피소드의 소설적 완성도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각 에피소드의 미스터리 구조와는 별개의 레이어에 구멍을 뚫어야 단편들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고 연작 단편으로 실을 꿸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yes24: 데뷔 20주년, 정점에 선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그리고 여기 또 한 권. 완벽한 리들 스토리 5편이 우리를 요네자와 호노부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합니다. 바로 <추상오단장>입니다. 리들 스토리란 소설의 마지막 한 줄을 생략하고 소설을 마치는 장르입니다. 요시미쓰는 5편의 리들 스토리를 찾으면서 동일한 키워드 하나를 찾습니다. ‘앤드워프의 총성’입니다. 즉, 리들 스토리는 실제 사건과 허구의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이 책에는 요시미쓰가 의뢰를 받아 리들 스토리를 찾으며 진실을 알아내는 현실, 앤드워프 총성이 울렸던 과거, 5편의 단편소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수록되어 있습니다. 총 3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여성의 의뢰 목적, 단편소설의 의도, 앤드워프 총성의 비밀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다섯 번째 리들 스토리를 배치함으로써 <추상오단장>도 리들 스토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결말을 장식할 기회를 독자에게 넘긴 셈이지요.
독자의 성향에 따라 <추상오단장>의 마지막 한 줄도 다양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자가 설정한 답도 존재하겠지요. 충실히 소설의 답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가끔 딴 길로 새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제가 생각한 <추상오단장>의 마지막 한 줄은 아래와 같습니다.
“진짜 눈 속에 묻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