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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이렇게 해 봐?’
위의 말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진짜 별 거 아닌 일을 두고 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악의처럼 느끼는 분은 없을까요? 사람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경험에 따라서 말도 행동도 다릅니다. 대화를 나눌 때,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거나 공통 화제가 있더라도 수박겉핥기 수준의 대화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한쪽이 깊은 속마음을 드러내도, 그 마음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적당히 맞장구를 칠 때도 많습니다.
‘힘들었겠다.’ ‘고생했네.’ ‘그 정도는 괜찮아.’ ‘이렇게 해 봐.’
주로 이런 레퍼토리가 반복되지요. 이 말에 진심이 섞여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분명 존재합니다. 신뢰도가 높은 관계라도 진심이 섞이지 않은 맞장구와 조언이 오고가기 마련입니다. 쉽게 뱉는 그 말은 속마음을 드러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악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청자는 화자의 상황과 마음을 화자 자신처럼 느낄 수 없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이런 거겠지.’라는 추측을 하고, ‘자신이라면 이렇게 하겠지.’라는 생각의 결말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청자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조언이자 격려입니다. 그러나 성향도 환경도 다른 화자가 청자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마 해결할 확률이 떨어지겠지요.
그런데 사람과 만날 장소가 한정된 학생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상황은 잘 모릅니다. 그래도 크게 보면 학생들은 주로 학교, 학원, 집이라는 트라이앵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학생은 경험이 적은 다른 학생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경험이 적은 학생들끼리 고민을 해결하려고 해도 선뜻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거지요. 그 고민이 어른들에게 말하기 거북한 사항이라면 더욱 해결하기 어렵지요.
<용의자들>의 현유정이 바로 이런 상황에 놓입니다. 유정에게 고민이 생깁니다. 어른과 상담하자니 자신을 덮칠지도 모르는 비난, 채찍질이 두려웠겠지요. 그래서 유정은 친구를 찾아가 깊은 고민을 털어놓지요.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그들 사이에 뾰족한 수가 생길 리가 없습니다. 결국 유정은 어른들과 마주섭니다. 그런데 왜 하필 유정은 아버지를, 선생님을 만나러 갔던 걸까요?
유정, 수연, 승원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경험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성적도 중요합니다. 그와 더불어 사고, 사건을 해결하는 실력을 쌓을 수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방법도 알려주는 게 교사, 부모 즉,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