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용실에 사연이 모이는 이유>

 

저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미용실을 운영했었다고 합니다. 곁에서 수많은 손님이 오고가는 모습을 봤다고 했습니다. 미용실을 방문하는 손님 중에는 헤어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이 그저 놀러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미용실은 동네의 사랑방이라는 말이 괜히 생기지는 않은 거지요. 헤어스타일을 바꾸러 온 사람,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사람, 그냥 미용실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광경을 직접 봤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소설 속의 미녀 미용실에는 온갖 사연이 모입니다.

 

두 아들의 속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한 장 여사, 곱슬머리를 타고 태어나 놀림 받기 일쑤였던 주미,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 정재, 부적당한 이유로 상사의 미움을 산 초영, 나이 어린 신입생들과 작업 방식이 달라서 고민하는 광철, 딱 한 번 부모의 말을 거스른 해원. 실제로 주위에 있을 법한 고민과 걱정이 모입니다.

 

<헤어 관리에 숨겨진 힌트>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대충 예상할 수 있는 구성이 있지요. 등장인물이 미용사에게 고민을 직접 말하고 미용사가 조언을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직접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케이스가 더 많습니다. 미용사가 진단한 현재 헤어 상태, 지금 바로 필요한 헤어 관리법에서 힌트를 얻어 고민을 해결하는 거지요.

 

어쩌면 등장인물들은 이미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와 선택해야 할 길을요. 그런데 옆에 있는 더 좋아 보이는 길이 있습니다. 100% 만족할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열망도 존재합니다. , 등장인물들에게는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그 용기를 얻는 과정을 미용사가 손상된 헤어를 관리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장면에 빗댄 묘사가 이 책의 묘미입니다.

 

<힐링만? 철학도!>

 

그렇다고 힐링소설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미용실에는 손님에게만 사연이 있지 않습니다. 미용사의 서사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미용사들은 세상에서 말하는 평범한 사람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테두리 바깥에 있다는 이유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립니다. 궁지에 몰린 미용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만 남습니다. 미용사들은 스스로 테두리 안쪽의 기준을 초월합니다. 그렇게 모인 집단에 보내는 평범한 사람의 시선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요? 적어도 소설 속 손님들은 의문스러워하면서도 미용사를 미용사로 바라볼 뿐입니다. 그렇기에 미용사도 손님도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겠지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미에게 제인이 그랬던 것처럼(p341, 저자 후기에서 발췌) 테두리를 벗어난 뒤로도 잘 살아가는 인생의 선배가 분명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