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파도에서 절망의 춤을 - 정신병동에서 하버드로, 삶의 가장자리에서 살아남은 여성의 간절한 고백
에미 닛펠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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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주인공이 입학한 대학이 하버드가 아니었어도 이 책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불우한 환경 속에서 불안한 마음에 시달리는 아이는 유일하게 매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습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공부입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말리지 않고 마음껏 해 보라고 응원하는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 공부가 어른들의 눈에 들면서도 현실을 잊게 해 주는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도피처가 공부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더 하고 싶어집니다. 당연히 대학을 꿈꿉니다. 주인공도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대학을 이용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좇을 때면 평온해졌다(89)’고 밝힙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쪽이 환경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는 사회니 더욱더 매달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의 처지를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하버드가 아닌 다른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박수 받아 마땅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독 하버드 입학에 초점을 맞추는 문구가 유독 거슬립니다. 하버드 입학이 주인공을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 준 방법인 듯 강조하는 듯해서.

 

주인공은 같이 거주치료소에서 지냈던 사람의 사례를 들며 우리가 겪은 일들을 감안하면 그들은 잘해나가고 있었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524)’ 말합니다. 여기서 힘들다는 어떤 점을 말하는 걸까요? 유추해 보면 경제적 상황이라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딛고 자신의 거처를 마련한 그들을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판단할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요? 그들을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 사회적 안정망에 틈이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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