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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 ㅣ 문지 에크리
하재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평점 :
소셜미디어에서 표지만 보고 2권의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 중 1권의 책이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이하 <내게 와>)입니다. 창가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주위는 어두컴컴하고 창문을 통해 흰 빛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빛은 주로 희망을 뜻하는데 이 표지에서는 왠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빛 같습니다. 빛을 바라보며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 생각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펼쳤습니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희미한 빛은 걸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걷다 보면 더 환한 빛을 보리라는 기대를 품고. 그러나 그 빛이 햇빛인지 달빛인지 어떻게 분간할 수 있을까요? 만약 달빛이라면 평생 어둠 속에서 달빛이 일러주는 길만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는 공간만이 보이는 곳에서, 우리는 달빛을 잃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자는 그 한 걸음을 내딛고 싶어 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지 못해서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곁에는 자신의 고통을 들어주고 이해해 줄 어른이 없습니다. 그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줄 어른의 부재는 저자를 어둠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어린 아이로 둔갑시킵니다. 그 어린아이가 버티어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시에서 찾습니다.
저자는 시를 쓰면서 나에게 행해졌던 어떤 폭력으로도 나의 존엄은 훼손되지 않았으며, 살아남아 증언하는 나 자신의 언어로 인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91쪽)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시를 쓰는 행위가 변화의 여지를 제공한 셈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빛을 내는 방법을 익히며 자신만의 길을 지금까지 걸어왔으리라 생각합니다.
문득 저는 무엇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길을 걸었는지 돌이켜 봅니다. 여전히 빛을 찾으려고 제자리에서 두리번거립니다. 이해받고 싶은 감정이 표류하는 지금, 글을 읽고 쓰는 행위로 제 마음을 붙잡아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이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변화의 여지를 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