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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현재 굉장히 핫한 작가 욘 포세의 작품입니다.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과연 제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읽었습니다. 왠지 정답이 있을 것 같아서 감상문을 적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2015년에 영어로 출간된 작품이라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1장부터 의문이 생겼습니다. 올라이는 자신의 부인이 아들을 낳을 거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요한네스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요한네스는 올라이의 아버지 이름이기도 합니다(10쪽). 왜 올라이는 아버지의 이름을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걸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신경이 쓰였습니다.
2장부터 요한네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이 요한네스가 올라이의 아버지인지 아들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요한네스는 어부로 일한 듯합니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낚시를 할 생각을 하는 걸 보면요.
요한네스는 외출을 했다 친구 페테르를 만납니다. 페테르의 배를 타고 이곳을 빠져나갑니다. 페테르가 요한네스를 데리고 도착한 그곳은 아마도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세계가 아닐까요? 자신들의 도움으로 어른이 된 자녀들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거지요.
그렇다면 기억은 다 사라지는가. 그건 아닙니다. 기억을 그저 묻어둡니다. 이런 인생을 살았던 때도 있었다는 증표로. 현생을 지내기 바쁜 시기에는 잠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이곳을 떠날 시기가 되면 묻어둔 기억들이 고개를 듭니다. 요한네스가 아침에 자신의 습관대로 움직이려다 이질감을 느낀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요? 몇 회차에 걸쳐 삶을 살아온 모든 요한네스의 습관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겁니다.
올라이가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요한네스라고 한 이유도 비로소 짐작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임종과 동시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기 위해서 아닐까요? 아이들은 생존방식, 사고방식을 누구로부터 배우나요? 바로 어른에게 배웁니다. 아이들이 물려받은 삶의 지혜를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시작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우리의 삶은 굴러갑니다.
우리는 다양한 분류 기준에 따라 여러 역할을 맡습니다. 그 역할에 주어지는 삶의 지혜를 잘 살려서 살아가는 하루, 그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저 방안에서, 어린 요한네스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어린 요한네스, 그의 아들, 이제 그의 어린 아들은 이 험한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가장 힘든 싸움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근원인 어머니의 몸속에서 나와 저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삶을 시작해야 한다, ...(후략)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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