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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평점 :
두 가지 축의 사건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소요코의 남편이 죽은 사건. 또 하나는 대대로 물려오는 도자기가 깨지고 가짜 도자기로 바뀐 사건입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소요코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편을 죽인 구마모토도 도자기를 바꿔치기한 다쓰야도 소요코가 언질을 주어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소요코의 어떤 점이 그들을 자극했을까요?
소요코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히가시카마쿠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폭력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장례를 치를 때는 울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피해자의 아내이면 슬픔에 기력을 잃는 게 당연하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요. 타인의 시선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듯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가장’을 하고 있다고 전제로 나오는 행동이겠지요.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자신은 ‘가장’에 서투르다는 소요코의 고백은 독자가 소요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소요코가 가장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을 어떻게 가장했는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서 시부모를 보필하고 돌보는 며느리 역할, 나유토를 잘 교육하는 어머니 역할, 손님에게 상냥한 가게 주인이라는 역할 이런 역할. 자신만의 신념, 원칙이 없으므로 타인이 보는 자신의 역할을 그저 충실히 해냈을 뿐이지 않을까요? 역할을 가장하는 소요코의 말에 다쓰야가 현혹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구마모토와 소요코의 대화는 독자를 찜찜하게 합니다. 알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대인관계에 서툴렀을 것이다. 소요코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가장이었던 거라고 동정했던 마음을 단숨에 바꿉니다. 어쩌면 이 사건 자체가 ‘가장’이라는 암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그 판단을 독자에게 맡겼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말을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