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스호퍼 - 개정판 킬러 시리즈 1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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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masakibooks님이 킬러 시리즈를 3번에 걸쳐 소개할 정도라면 진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자책으로 구매했습니다. 킬러 시리즈라고 해서 <모즈가 울부짖는 밤>(오사카 고)의 모즈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킬러 시리즈의 표지는 꽤 유쾌해 보였습니다. 코믹이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킬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그래스호퍼>를 먼저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극단의 존재가 시선을 끕니다. 극단은 의뢰자가 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돈을 받는 집단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저자는 초반부터 극단의 존재를 밝힙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책을 읽다보면 묘사를 의심하게 됩니다. 푸시맨의 집과 가족들이 지내는 모습,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과 손님들의 모습 등의 묘사를 읽으며 이들이 극단인지 아닌지 끝까지 헷갈리게 합니다. 각 장면이 거짓일 수도 있는 셈이지요.

 

어쩌면 우리도 극단의 일원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공동체와 그 안에서의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역할에는 그에 걸맞은 말투, 행동이 정해져 있습니다. 선입견이 짙은 세상에서 날 것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경우, 호된 반응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솔직해지지 못합니다.

 

이 아이들은 어쩌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극단이라는 그룹에 들게 됐을까...(중략)...이 아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까? 불행과 고난의 연속이었거나, 아무튼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한 것이었을까? 이 아이들의 부모는 어디 있을까? 학교에는 안 보내나? 축구공을 차던 겐타로의 얼굴이 떠오른다. 좋아하던 그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보였는데.”

 

켄타로는 스즈키에게 가정교사를 맡게 되는지 어떤지 계속 확인합니다. 과외학생 역할도 해내야 하니까요. 가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도록 유도할 때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겠지요. 그러나 곧 의뢰인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역할에 집중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녀라는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자라면서 친구, 학생 등 더 많은 역할을 맡습니다. 역할을 수행하며 관계를 배웁니다. 그 과정에서 대외용과 대내용의 차이가 심화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은 극단에 들어가 관계를 유지할 가면을 적절히 바꿔 쓰는 방법을 배우는지도 모릅니다.

 

일인분의 의지로 몇 인분의 감정을 감당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유 아닐까요?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역할 하나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역할을 고려합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지요. 견디기 힘들지요. 그럴 때 사소한 선택을 이기적으로 해 보면 어떨까요? 식사 메뉴나 집 안에 틀어놓고 싶은 음악 같은 거요. 이외로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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