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회전목마처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계절 : 계기를 알아내어 절차에 맞게 설명하는 것

<계절은 회전목마처럼 中>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여자와 노는 방식이다. 예를 들자면 왜 저 여자는 남자 앞에서 울고 있을까. 왜 저 사람은 길거리에 누워 있는 걸까. 왜 저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 걸까. 일상생활에서 저 사람은 왜 그러는지 서로 추측하면서 즐긴다. 실제로는 어떤지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니까 한 번 즐기고 마는 유희의 일종이다. 그러나 타인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계절한다면 어떨까.

출근길, 여러 사람이 나를 흘깃거린다. 왜 그럴까. 만원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떨고 있다. 왜 그럴까.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사람의 이목이 모인다. 왜 그럴까. 항상 쾌활하던 동료가 오늘따라 기분이 저조해 보인다. 왜 그럴까. 점심시간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다른 쪽에서 식사하는 여러 명이 나를 흘깃거리며 식사한다. 왜 그럴까. 퇴근하기 5분 전 준비를 다 해 놓고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있다. 왜 그럴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 대해서, 나와 관련된 사람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나름대로 풀어낸다. 풀어내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것 같으니까. 사실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이러저러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여기까지는 유희의 일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내 기분을 바꾸고, 내 행동을 바꾼다면 유희의 일종이 될 수 있을까.

출근할 때는 내가 튀는 색의 옷을 입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내 패션이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전자라면 조금 민망할 테고 후자라면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만원 지하철에서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서 순간 대인공포증이 발현됐을지도 모르고, 단순히 냉방이 너무 세서 추워서일지도 모른다. 전자라면 주위 눈치를 볼 테고 후자라면 몸을 더 움츠린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그 수많은 경우 중 자신이 고른 계절이 다음 행동을 정하게 한다. 사소하지만 계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분도 행동도 달라지는 셈이다. 설령 내가 고른 계절이 부정적인 나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괜찮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계절을 고를 수 있으니까.


*개인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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