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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방화 ㅣ TURN 8
조영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월
평점 :
내면의 위험한 불씨를 안고 차가운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형사의 고군분투. 사회의 어둠과 개인의 트라우마를 동시에 조명하며 끝내 인간을 응원하게 만드는 뜨거운 사회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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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경찰서 강력1팀 팀장 함민. 그는 탁월한 수사 감각으로 ‘셜록 함스’라 불리는 베테랑 형사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위험한 욕망을 품고 산다. 수사가 막히고 풀리지 않을수록 어딘가에 불을 지르고 싶어진다는 충동.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이 불온한 욕망은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의 어떤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의 세월 동안 그를 괴롭혀온 불꽃의 기억. 함민은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내면의 불을 끄려 애쓴다. 과연 그날의 진실은 그를 구원할 동아줄일까 아니면 그를 파멸로 이끌 도화선일까. 위태로운 본능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형사의 수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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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방화>는 표면적으로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공법을 따른다. 촉법소년 문제, 층간소음, 미세폭력, 청소년 마약, 전세사기까지. 여섯 개의 사건은 지금 한국 사회의 균열을 정확히 겨냥하며, 기차 시간표 트릭이라는 정통 추리의 장치까지 빠짐없이 챙긴다. 사건 해결의 쾌감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완성도 높은 본격 추리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미스터리는 범인이 아니다. 셜록 홈스처럼 유능하지만 동시에 불을 꿈꾸는 형사 함민 그 자신이다. 사건이 꼬일수록, 정의가 지연될수록, 함민의 방화 충동은 더 선명해진다. 정의를 집행하는 손과 불을 지르고 싶은 손이 같은 몸에 달려 있다는 설정은 독자를 불편한 자리로 밀어 넣는다. 우리는 그의 추리를 따라가며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함민의 충동은 단순한 범죄 기질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키지 못했다는 감각, 늦었다는 자책, 그리고 진실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극도의 무력감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방화 욕망은 파괴라기보다 도피이고 자해에 가까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모두 삶이 막힐 때 모든 것을 태워 없애고 싶다는 충동을 품지 않는가.
그럼에도 함민은 도망치지 않는다. 불을 지르지 않기 위해 그는 오히려 더 집요하게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진실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자는 어느새 형사의 윤리보다 인간의 취약함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방화>는 범죄를 다루지만 끝내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범죄로부터 지켜내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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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이 언제 불을 지르려 드느냐, 그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을때야. 즉, 함민이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탓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게 아닐까 싶어.” -p.150
불을 지르고 싶은 마음은 악의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다. 함민의 방화 충동은 무언가를 부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끝내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응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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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 다루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중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 함민에게 ‘방화’가 죄책감의 발현이자 해소 수단이라면 나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마지막 방화’와 같은 수단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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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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