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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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세상과 단절된 채 숲속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던 케이시 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진다. 낡은 창고 안에서 피투성이 옷을 입은 소녀 엘리너를 발견한 것이다. 아이의 배낭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소녀는 비밀을 머금은 채 떨고 있다.

한편 과거의 시점에서는 엄마의 지독한 학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엘라의 이야기가 흐른다. 학교에서도 겉도는 엘라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 앤턴.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과 두 시간대는 케이시의 오두막을 중심으로 기묘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창고 속에 숨어든 아이는 누구이며 배낭 속에 든 잔혹한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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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비바람 치는 숲속의 서늘함을 맛보는 경험은 각별했다. 프리다 맥파든은 이번에도 특유의 흡입력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노린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전작 <네버 라이>와 닮은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지점에서 다른 결을 보여준다.

<네버 라이>가 폭설로 고립된 저택에서 '녹음테이프'라는 청각적 장치를 통해 과거의 망령을 불러냈다면 <차일드 호더>는 폭우가 쏟아지는 숲속 오두막에서 '교차 서술'이라는 시각적 장치를 통해 현재의 공포를 증폭시킨다. 두 작품 모두 고립된 공간과 그곳에 숨겨진 죄의식을 다루지만 <네버 라이>가 "거짓말은 생존을 위한 장치"로서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면 이 책은 "썩은 뿌리는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가"라는 좀 더 원초적이고 유전적인 악의 문제를 파고든다.

나는 작가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어 '엘라가 곧 엘리너일 것'이라 단정 지었고 심지어 두 시점을 잇는 초자연적인 통로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헛다리를 짚기도 했다. <네버 라이>에서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면 이번에는 내 눈앞의 진실이 사실은 교묘하게 편집된 시간의 조각이었다는 점에 전율했다.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학대의 그늘을 안고 살아가는 결핍된 존재들이기에 그들이 저지르는 선택들은 도덕적 잣대를 넘어선 서글픔을 자아낸다.

이 작품의 가장 서늘한 지점은 결말에서 드러나는 '학대의 대물림'과 '비뚤어진 연대'에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다시 그 피해자가 누군가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범죄를 공유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윤리적 딜레마를 안긴다. 작가는 케이시와 엘리너의 만남을 단순한 구원 서사가 아닌 각자의 지옥을 공유하는 공범의 탄생으로 그려내며 미스터리의 장르적 쾌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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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녀석은 원래부터 썩은 사과였어. 딱 너처럼.” -p.269

엘라의 세계에는 온통 부패한 것들뿐이다. 벽장 속의 썩은 복숭아와 옷장 안의 썩은 호박, 그리고 엄마가 엘라를 지칭하는 '썩은 사과'까지. 전체를 망치는 존재라며 자식을 비하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는 이미 속부터 문드러지고 있었다. 썩은 것들만 가득한 그 집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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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사과'라는 표현처럼 부모의 언어 폭력과 학대가 한 아이의 자아를 어떻게 파괴하고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 소설은 어떻게 보여주는가?

🔦 등장인물 중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끝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인물은 누구인가?

🔦 결말 이후 케이시와 엘리너의 관계는 진정한 구원일까 아니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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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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