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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태양 아래 무르밀로 (총3권/완결)
김로제 / 파란달 / 2019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1권 초반부 장벽이 있는데, 다름아닌 단어 설명이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팔루다멘툼(Paludamentum, 망토)을 벗어던졌다. 릭토르(Lictor, 교도관)를 데려오너라. 이런 식으로 초반부가 괄호 풍년이다. 배경상 원어를 사용하는 게 분위기 조성에 좋기야 하겠지만 굳이 알 필요 없는 생소한 단어까지 저렇게 표기하니까 집중력이 좀 흐트러졌다.
그토록 바라던 율리세의 입술은 생각보다 거칠었지만 넥타르(Nectar, 신의 음료)처럼 달콤했다... 라고 하니까 오오 주인공들이 키스를 하는구나 짝짝짝! 이라는 감상보다 흠... 넥타르(Nectar, 신의 음료)처럼 달콤했구나... 흠 그렇군... 하는 다큐멘터리적인 시각으로 보게 된달까.
파트리아 포테스타스(가장의 권위?), 콘파레아티오(결혼식) 디부스(황제를 부르는 호칭?)같이 나름 극의 흐름상 중요한 단어는 이렇게 처리해도 괜찮지만, 망토, 연극배우, 노예, 형벌, 뭐 이런 단어들까지 원어로 쓸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참고로 괄호는 초반부에만 나온다. 나중에는 독자가 외웠으리라고 가정하고 괄호 없이 서술된다ㄷㄷㄷ 다행스러운 점은 초반부만 넘기면 나름 익숙해져서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행 자체는 강공약수로 수가 계속 공 손아귀에서 놀아난다. 개인적으로 떡대수 키워드가 붙으면 수가 어느정도 강력하기를 바라는데, 여기 율리세는 검투사로서의 능력만 강할 뿐 공 앞에서는 하염없이 처연하고 연약한, 헬스장 오래 다녔던 미인수 같은 느낌이다.
공인 에우제니오는 수 율리세에게 내내 집착하는데, 미친 황제의 스테레오타입 같은 느낌이라(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결국 날 사랑하게 될 거야, 입으로는 그러지만 몸은 솔직하군, 나한테 반항하면 네 가족들 다 죽어)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다못해 율리세가 에우제니오한테 한번 제대로 반항이나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째서 결론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나는지 의아했다. 잘못과 학살은 에우제니오가 다 했는데??? 에우제니오가 나는 그저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하니까 율리세는 또 그 또한 신께서 정하신 거겠죠, 막 이런다. 개인적으로 픽픽 죽어나가는 조연들한테 과몰입 잘하는 편이라 아니... 니들 사랑놀음에 지금 사람이 얼마가 죽었는데 니들끼리 인정하고 수긍하고 있냐?????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장문으로 한탄했지만 글 자체는 잘 읽혀서 끝까지 다 봤다. 다양한 세계관의 떡대수가 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