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 정치 없는 치유, 치유 없는 정치를 넘어서
김찬호 지음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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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우리는 지난 24123일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큰 혼란에 빠졌어요.

정치는 늘 멀리 있는 것 같았지만, 그날 이후 우리는 깨달았죠.

정치가 무너지면 우리의 일상과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을요.

김찬호 님은 이 혼란한 정국 속에서 광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고민했어요.

민주주의는 어떻게 고립된 삶들을 연결해 마음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40년 연구와 60년 삶의 연륜이 담긴 민주주의 사용설명서에요.

 

 

정치 없는 치유, 치유 없는 정치를 넘어서

그동안 우리는 마음이 힘들면 심리 상담(개인적 치유)을 찾고, 세상이 문제면 투표(정치)를 했어요.

하지만 저자는 이 둘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사회적 고통을 외면한 치유는 반쪽짜리이며, 공감이 없는 정치는 혐오가 되기 때문이죠.

 

 

K-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음의 습관

팬덤 정치나 자극적인 뉴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자는 정치 문해력을 강조해요.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배제하기보다는 공존하는 마음의 습관이 민주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진짜 힘이라는 것이죠.

 

 

외상 후 성장(PTG) : 트라우마를 넘어 희망으로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은 우리에게 저자는 외상 후 성장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요.

우리가 광장에서 서로의 손을 잡았던 그 연결의 경험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는 따뜻한 통찰을 보여줘요.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치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 공동체의 형성이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정치가 단순히 누구를 뽑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어요.

세 돌배기 손녀를 둔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쓰였다는 이 책의 문장들은 학술적인 언어를 넘어 다정하고 친절하게 다가와요.

 

 

정치는 차갑지만, 민주주의는 따뜻할 수 있어요.

혐오와 분열의 시대에 지친 여러분께, 이 책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단단한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치유로서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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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생명의 역사 - 지구 생명체 새롭게 보기 지속의 과학 1
전방욱 지음 / 책과바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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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생명의 역사

 

 

전방욱 님의 얽힌 생명의 역사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줄 책이에요.

우리는 오랫동안 생명을 유전자가 조종하는 생존 기계라고 배워왔죠.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는 것만이 진화의 정답처럼 생각했고요.

하지만 저자는 생명은 단선적인 진화가 아니라, 억겁의 시간 동안 서로 뒤얽히며 만들어진 공동 생성의 역사라고 단호하게 말해요.

 

 

개체는 곧 공동체다

우리 몸속의 세포, 그 안의 미토콘드리아조차 원래는 별개의 박테리아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인간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수조 개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걸어 다니는 생태계에요.

나라는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희미해요.

 

 

경쟁보다 강력한 협력과 포섭

최초의 세포가 탄생하고 다세포 생물이 등장하기까지, 생명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는 늘 만남이 있었어요.

서로를 잡아먹는 대신 품어주고 결합하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공생 발생의 역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어요.

 

 

행성적 차원의 얽힘, 가이아

생명은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에요.

지구의 대기 성분을 바꾸고 온도를 조절하며, 생명과 비생명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가이아시스템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있어요.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남는 길은 생명을 잘 돌보는 법을 넘어 다음 만남의 장을 더 잘 꾸리는 일이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깊게 남은 생각은 돌봄이었어요.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는 결국 우리가 생명의 얽힘을 무시하고 독불장군처럼 굴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인간 대 자연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해요.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그물망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요.

우리가 생태계를 돌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돌보는 것과 같아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후 새로운 생물학적 관점이 궁금하신 분, 기후 위기 시대에 인간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분, 그리고 생명과학과 인문학적 통찰이 만나는 지점을 즐기시는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떤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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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Entanglement 얽힘 4
예소연.전지영.한정현 지음 / 다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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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우리는 종종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삼키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곤 하죠.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앤솔러지 얽힘의 네 번째 프로젝트,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은 바로 그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머무는 자리를 집요하게 탐구해요.

예소연, 전지연, 한정현 세 작가는 현대 여성이 마주하는 일상적 불안과 관계의 균열을 각기 다른 결과 색채로 그려내면서도, 결국 하나의 커다란 정서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얽힘의 첫 번째 봄이 오면 녹는, 두 번째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는 내돈내산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얽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세 번째 재생 버튼과 네 번째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은 좋은 기회로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는데요.

역시나 다음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얽힘네 번째도 이전과 같이 세 편의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듯한 묘한 일체감을 주고 있어요.

 

 

전지영 님의 <나쁜 가슴>은 관계 곳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위화감과 그로 인한 심리적 파동을 섬세하게 포착해요.

나쁜 가슴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여성의 몸과 마음이 겪는 불안을 응시하죠.

 

 

한정현 님의 <가짜 여자친구>는 관계의 허구성과 실재 사이의 경계를 질문하며, 사회적 시선 속에서 우리가 연기해야만 하는 모습들과 그 뒤에 숨겨진 진심을 추적해요.

 

 

예소연 님의 <나의 체험학습>은 일상이라는 견고한 벽 아래 흐르는 서늘한 감정들을 드러내며, 학습된 관계 맺기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목소리가 무엇인지 묻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인 금지된 말들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차단된 언어만을 뜻하지 않아요.

그것은 상대방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혹은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입 안으로 밀어 넣은 인내의 언어이기도 하죠.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불안을 안고 흔들리지만, 그 침묵의 시간을 통해 오히려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돼요.

말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되는 관계의 긴장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지를 증명해요.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서로에게 닿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건너는 보이지 않는 다리인 셈이죠.

 

 

이 소설들은 불안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세 작가는 인물들을 무너뜨리는 대신, 그들이 불안 속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지속하고 관계를 복원하려 애쓰는 과정에 주목하죠.

 

 

말하지 못한 말들이 인물들을 얽히게 하고, 침묵으로 견딘 시간이 이들을 새로운 자리로 이끈다

이 문장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침묵의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변모해요.

그들은 과거의 상처나 현재의 결핍에 매몰되지 않고, ‘불안하지만 잘 건너가려는 마음을 동력 삼아 다음 페이지로 나아가요.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은 현대 여성들의 내면 풍경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말하지 못한 방을 위로해요.

전지영 님의 섬세함, 한정현 님의 깊이, 예소연 님의 개성이 어우러진 이 앤솔러지는 한국 문학이 관계의 본질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에게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에요.

그것들은 이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의 삶 밑바닥을 지탱하는 단단한 주춧돌이 되어, 우리가 다음 관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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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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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데뷔작 입에 대한 앙케트로 일본 아마존 1위를 차지하며 '체험형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일본 호러 소설계의 무서운 신예, 세스지의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호러와 추리를 결합한 압도적인 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무대는 버려진 폐허, 이른바 심령 명소에요.

소설은 세 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읽다 보면 마치 실시간 라이브 방송(유튜브)을 시청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죠.

조회수를 위해 심령 명소의 내용을 조작하고 재취재하는 프리랜서 편집자, 실제로 유령을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존재인 영매 능력을 갖춘 여성, 관심을 갈구하며 사건에 뛰어든 무명 유튜버.

이 세 사람이 폐허 속에서 나누는 대화는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우리를 사건의 한복판으로 거침없이 끌어들이죠.

 

 

작품 속 편집자는 심령 명소의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조작해요.

하지만 그 조작된 가짜위로 진짜 기이한 현상들이 겹쳐지기 시작할 때의 공포는 글로 다하기 어려웠어요.

저자는 우리가 보고 있는 공포는 진실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 미디어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파헤쳐요.

 

 

이 책의 진짜 묘미는 후반부에요.

단순히 무서운 장면 나열에 그치지 않고, 세 인물의 관계와 과거 복선들이 맞춰지며 치밀한 추리극으로 변모하죠.

질투, 증오, 집착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어두운 감정들이 어떻게 비극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과정은 호러 장르의 가능성을 한 단계 확장했다는 찬사가 아깝지 않더라고요.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저자는 이번 신작을 통해 자신이 왜 호러의 새로운 흐름인지를 완벽히 증명한 것 같아요.

오늘 밤, 불을 끄고 이 서늘한 성지 순례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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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라는 돌
김유원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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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라는 돌

 

 

김유원 님의 심판이라는 돌은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숙련도를 대체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는 인간미와 존엄이 무엇인지 야구라는 필드를 통해 날카롭게 질문하는 작품이에요.

특히 야구 팬들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는 모든 직장인과 중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소설이죠.

 

 

주인공 홍식은 한국 프로야구의 산증인이자, 필드 위에서 가장 공정해야 하는 심판이에요.

집에서는 다정한 아버지, 일터에서는 정확한 판정으로 존경받는 베테랑이죠.

하지만 한여름의 어느 날, 몸을 날린 타구에 맞고 쓰러진 그에게 돌아온 건 걱정보다 차가운 비난이었어요.

심판 때문에 졌다

평생을 바쳐온 정체성이 단 한 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 소설은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해요.

 

 

최근 야구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이죠.

기계는 지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오심이 없어요.

반면 인간은 실수를 하죠.

홍식은 비디오 판독과 ABS라는 거대한 기술의 파도 앞에서 자신이 점점 밀려나고 있음을 느껴요.

한국시리즈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발생한 오심은 결국 홍식을 완벽한 기계불완전한 인간의 대결로 몰아넣게 돼요.

 

 

책 제목인 심판이라는 돌은 참 중의적이에요.

심판의 위치가 주는 단단한 자부심이자, 때로는 누군가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며, 무거운 비난을 견뎌내야 하는 바위 같은 무게감을 의미하기도 하죠.

소설은 단순히 야구 판정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AI와 자동화가 인간의 숙련도를 대체하는 이 시대에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어요.

 

 

기계는 완벽하지만 감동이 없죠.

홍식이 비난 속에서도 마스크를 고쳐 쓰는 이유는 그것이 그의 삶이자 책임이기 때문일 것이에요.

오늘도 사회라는 거대한 경기장에서 판정을 내리며 고군분투하는 모든 홍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으니까.’라는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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