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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 리 2 ㅣ 비룡소 클래식 26
쥘 베른 지음, 드 뇌빌 외 그림, 윤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2월
평점 :

『해저 2만리』
드디어 쥘 베른의 명작, 『해저 2만리』를 2권까지 완독했어요.
1권에서 노틸러스호를 처음 탔을 때의 신비로움과 경외감이 기억나시나요?
2권은 정말 숨 돌릴 틈도 없이 파란만장한 사건들이 휘몰아치더라고요.
책장을 넘기는 내내 노틸러스호 창밖으로 퍼지던 붉은 피와 칠흑 같은 바닷속 풍경이 눈앞에 선연하게 펼쳐졌답니다.
2권을 읽으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단연 ‘네모 선장’이라는 인물의 재발견이었어요.
1권에서는 그저 차갑고 지적인 해양학자이자 제국주의에 반항하는 인물처럼 보였지만, 2권의 끝자락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증오와 슬픔에 짓눌려 부서진 한 인간의 영혼이었죠.
‘문명의 잔혹함에 상처받아 바다라는 영원한 안식처로 망명했으나, 끝내 자기 안의 증오라는 사슬을 끊어내지 못한 고독한 거인!’
제가 느낀 네모 선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봤어요.
그는 압도적인 과학기술로 바다를 지배했지만, 정작 자기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복수심이라는 바다는 통제하지 못했던 비극적인 인물이었죠.
이 작품은 단순한 해양 모험 소설이 아니더라고요.
읽는 내내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요.
과학이란 무엇인가?
베른은 과학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위대한 도구로 그리면서도, 그것이 맹목적인 신념이나 복수심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경고해요.
자연과 문명의 관계는?
네모 선장은 육지의 문명을 ‘인간이 인간을 수탈하는 야만’으로 규정하고 바다로 도피해요.
하지만 과연 자연 속으로 도망친다고 해서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이 사라질까요?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타인을 지배하려는 오만을 버리지 않는 한, 참된 자유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19세기에 집필된 이 책을 오늘날인 2026년에 다시 읽으니 감회가 정말 남달랐어요.
지금 우리는 AI, 해양 자원 개발, 기후 변화, 그리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19세기의 쥘 베른이 상상했던 전기 동력이나 잠수함 같은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되었지만, 과연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도덕적 숙성도는 얼마나 발전했는가?’라는 서늘한 질문이 남더라고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스스로 만든 기술이라는 이름의 ‘노틸러스호’에 갇힌 채 고립되어 떠도는 존재가 될지도 몰라요.
두 권을 통틀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남극 빙산 갇힘 사고’였어요.
산소가 떨어져 가는 극적인 순간, 서로를 위해 마지막 남은 공기를 양보하려 애쓰던 대목은 냉혹해 보이던 이 소설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휴머니즘의 순간이었죠.
반대로, 대회오리의 소용돌이 속으로 짓눌려 들어가며 절규하던 네모 선장의 마지막 모습은 인간이 자연과 자신의 분노 앞에 마침내 무릎 꿇는 거룩한 퇴장으로 기억된답니다.
『해저 2만리』는 바다 아래 2만 리라는 거대한 거리를 탐험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 이성의 가장 높은 봉우리(과학)에서 마음의 가장 깊은 심해(증오와 고독)까지를 가로지르는 서사였어요.
비룡소 완역본 특유의 깔끔한 문체 덕분에 그 아득한 깊이감을 텍스트 너머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죠.
클래식은 역시 클래식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고전 독서 고민 중이신 분들, 망설이지 말고 노틸러스호에 탑승해 보세요.
😍 우주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