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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부동산 ㅣ 기기묘묘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10월
평점 :

『기기묘묘 부동산』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박혜연 님의 『기기묘묘 부동산』...
전작 『기기묘묘 방랑길』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설화 속 존재들을 생생하게 그려내셨던 저자가 이번에는 무대를 현대의 ‘서울’로 옮겨왔어요.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바로 전작이 궁금해서 『기기묘묘 방랑길』을 구입했다는 것은 TMI...
이 소설의 출발점은 정말 기발하고 신선해요.
서울 한복판에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아주 수상한 부동산이 하나 있어요.
이곳은 집이나 땅이 아니라 ‘인간의 몸(껍데기)’을 거래하는 곳이에요.
삶의 의지를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인간의 몸을, 진짜 인간이 되어 세상에 살아가고 싶어 하는 요괴(괴이)들에게 중개해 주는 곳이죠.
단야
불운을 몰고 다니며 삶에 지친 인간
연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며, 불운을 먹고 사는 괴이
서로 다른 목적과 필요에 의해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
전통 설화 속 요괴들이 저마다의 외로움과 불안을 품은 채 현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단야와 연준이 기묘한 사건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미스터리하게 펼쳐져요.
처음 ‘인간의 몸을 거래하는 부동산’이라는 설정을 접했을 땐 다소 기괴하거나 서늘한 아포칼립스 분위기일 줄 알았어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소설이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저자는 기괴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우리 전통 요괴들에게 현대적인 감수성과 저마다의 깊은 사연을 입혀주었어요.
놀라운 건, 인간의 몸을 빌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괴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이 지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점이었어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소외된 존재들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일상’과 ‘인간다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더군요.
타인의 껍데기를 빌려서라도 세상에 발붙이고 싶어 하는 괴이들의 절박함은, 사실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외로운 투쟁과도 맞닿아 있었어요.
특히 이 소설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단야와 연준의 특별한 관계성이에요.
불운을 끌고 다니며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인간 ‘단야’와, 그 불운을 먹으며 살아가는 괴이 ‘연준’의 만남은 시작부터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처음에는 서로의 필요와 이익에 의해 묶인 수동적인 관계였지만,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미스터리 사건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눈부시게 변해가죠.
서로의 결핍을 메워주고, 마침내 서로를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발전할 때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설렘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유쾌한 티키타카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은근한 로맨스,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저자의 필력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K-판타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와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선사해 준 작품이에요.
삶에 지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역설적으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묘하고도 상쾌한 소설 『기기묘묘 부동산』...
현대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기묘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 르온서평단 @gbb_mom 모집을 통해 다산책방 @dasanchaekbang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