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 16,200원 - 청년정치와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백 년 전의 선례들
백재민 지음 / 파지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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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16,200원』

 

백재민 님의 『잔고 16,200원』은 치열한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 ‘나의 가난과 불안은 온전히 내 탓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스물여덟, 지방 소수정당의 청년위원장이자 세 번의 대학 중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던지는 정직하고 뜨거운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어떤 이의 생활고는 그 사람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통장 잔고가 단 16,200원뿐이던 날, 저자는 길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게 5,500원짜리 음료수를 선뜻 건네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죠.

‘이 어려움은 내 의지가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사회적 구조의 문제인가?’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가난을 탄식하는 회고록이 아니에요.

저자는 세 가지 핵심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내죠.

 

노력이라는 환상

출발선의 차이를 가려버리는 ‘노력’이라는 언어의 허구성

 

사명감의 열정페이

사명감이라는 명목으로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현실

 

노년의 비극

한때 한국의 산업화를 일군 세대가 왜 노년에 폐지 리어카를 끌어야 하는가?

 

더 나아가 저자는 안토니오 그람시, 김단야, 여운형처럼 역사 속에서 실패하고 패배했던 사람들의 삶을 돌아봐요.

비록 비극으로 끝난 역사일지라도, 그 실패의 기록은 다음 사람에게 소중한 표본(선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특히 일제강점기 김단야가 처형당했던 1938년, 스웨덴에서는 노사 간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살트셰바덴 협약’이 맺어졌음을 함께 대조해요.

이를 통해 ‘평등이 곧 생산성이 될 수 있다’는 사회민주주의적 가능성을 논해요.

동시에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 내부에서 로베르트 미헬스가 말한 ‘과두제의 철칙’처럼 스스로도 관료화되어 가고 있었음을 숨김없이 자백하며, 진보정치가 왜 대중과 멀어졌고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냉철하게 되짚어요.

 

요즘 우리 사회는 ‘네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다 자기가 못해서 가난한 거지’라는 차가운 시선이 지배적이에요.

계급이나 구조적 불평등을 말하면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고요.

출발선이 한참 뒤처진 청년들은 결승선에 도달하기도 전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섣부르게 ‘내가 세상을 바꿀 정답을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아요.

세 번의 중퇴와 소수정당 청년위원장의 삶을 통과하며 느낀 한계를 정직하게 털어놓죠.

그리고 백 년 전 역사의 패배자들을 불러내며, 거창한 정치적 구호 대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정치는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건네요.

회고록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지금 우리 사회가 꼭 읽어야 할 가장 뜨거운 사회적 제언서였어요.

 

정치가 거창한 권력 싸움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 모든 분께 추천해요.

『잔고 16,200원』은 통장 잔고 16,200원의 절망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은 청년이 백 년 전 역사와 대화하며 건네는, 나지막하지만 가장 뜨거운 위로이자 질문이에요.

 

😍 파지트 @pazit.book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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