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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9월
평점 :

『패치 인류세』
요즘 기후 변화나 환경 위기 이야기, 정말 자주 들리죠?
뉴스나 책을 볼 때마다 ‘우리가 지구를 다 망쳤구나...’ 싶어서 무력감이 들거나, 이야기가 너무 거창해서 현실감이 떨어질 때가 많았는데요.
이번에 읽은 『패치 인류세』라는 책은 지구의 위기를 바라보는 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세계적인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을 비롯해 제니퍼 데거, 올더 켈러먼 색세나, 페이페이 저우 네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인데요.
진짜 사람 냄새 나는 세심한 현장 기록이 담겨 있어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보통 ‘지구 온난화’나 ‘환경 파괴’라고 하면 지구 전체가 통째로 망가지고 있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패치(Patch, 조각보)’라는 개념을 이야기해요.
인류세(인간이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 시대)의 현상은 지구 전체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서로 떨어진 다양한 지역(패치)에서 제각각의 모습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뜻이에요.
인간이 만든 인프라의 반란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겠다고 댐을 짓고, 운하를 뚫고, 거대한 단일 경작지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 통제를 뚫고 나온 미생물, 잡초, 바이러스, 혹은 이산화탄소나 방사능 같은 물질들은 인간의 예측을 비웃듯 제멋대로 번성하며 통제 불능의 상태(‘이탈성’)가 돼요.
‘인간 너머’의 관점
책은 이제 인간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오만을 버리라고 말해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무생물들 역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동등한 행위자’로 인정해야만 지금의 생태 위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자연을 길들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정말 오만한 착각이었구나’ 하는 거였어요.
인간이 효율성만 따져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단일 농장에서,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균류나 미생물이 번성하며 인간의 계획을 틀어쥐는 모습들을 읽을 땐 서늘한 소름이 돋기도 했어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절망만 주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가 지구의 완전한 주인이 아니어도 괜찮아’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내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매일 길가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보도블록 사이의 잡초나 작은 미생물들조차 ‘나와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동등한 파트너’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위기를 극복한다는 건 어쩌면 엄청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지구를 함께 나눠 쓰는 이웃들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의 전환’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 기후 위기 뉴스에 지치거나 무력감을 느끼셨던 분
거대 담론이 아닌, 실질적이고 섬세한 현장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어요.
✔ ‘인간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갖고 싶은 분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가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돼요.
✔ 환경, 인문학, 생태계 이슈나 창작에 관심 있는 모든 분
다채로운 시각적/학술적 영감을 듬뿍 얻으실 수 있어요.
거대하고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인류세의 위기, 『패치 인류세』를 통해 내 발 밑의 작은 생명들부터 다시 관찰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해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