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향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지음 / 잇스토리 / 2026년 9월
평점 :

『조향사』
현영강 님의 『조향사』는 ‘신종 마약 범죄를 파헤치는 스릴러인가?’ 하고 가볍게 펼쳤다가, 인간의 밑바닥에 깔린 이기심과 관계의 서늘한 이면을 마주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든 책이에요.
번아웃에 시달리던 기자 서정화에게 어느 날 수상한 제보 메일 한 통이 왔어요.
발신자는 환락가 ‘모름지기’에서 일하는 여성...
그곳에 약도, 주사도 아닌 오직 ‘향’만으로 사람들을 쾌락에 빠뜨리고 환각과 발작을 일으키는 정체불명의 물질이 돌아다닌다는 내용이었죠.
어떤 검사로도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는 이 기묘한 사건을 추적하던 정화는, 제보글 속 특정 문장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옛 친구 ‘이다정’을 떠올려요.
가난했던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고 가장 가까웠지만, 열아홉의 마지막 여행을 끝으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던 옛 친구....
정화는 다정이 그 지옥 같은 곳에 있다는 직감 하나로 환락가 모름지기의 가장 깊은 곳으로 잠입해요.
그곳에서 사람의 욕망을 조향하는 의문의 향과 그 향을 만들어낸 존재, 그리고 정화 자신이 ‘순수한 선의’라 믿었던 과거의 일들이 사실은 친구에게 어떤 상처였는지를 하나씩 파헤쳐 가기 시작하죠.
이 소설에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향수의 구성 요소(Top Note → Middle Note → Base Note → Sillage)를 소설 전개의 서사 구조로 그대로 변주했다는 점이에요.
Top Note (초반)
환락가에서 펼쳐지는 위험천만한 잠입과 신종 마약 추적이라는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로 우리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요.
Middle & Base Note (중후반)
사건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진짜 스릴러는 범죄 현장이 아니라 ‘정화와 다정의 관계’에 있었다는 게 드러나요.
정화는 학창 시절 다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돕고 사랑했다고 믿었지만, 그 안에는 ‘가진 자’의 동정과 ‘도움을 주는 자’라는 은밀한 우월감이 깔려 있었어요.
다정에게 정화의 선의는 자신의 가난과 결핍을 매번 확인시키는 잔인한 순간이었던 것이죠.
Sillage (잔향)
‘시각은 눈을 감으면 피할 수 있지만, 냄새는 숨을 쉬는 한 몸 안으로 들어온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 문장처럼 깊은 여운이 남았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도와준다는 행동 뒤에 숨겨진 나 자신의 오만함은 없었는지, 내 관계들의 ‘잔향’을 돌아보게 만들어요.
이런 분들께 강력 추천해요.
✔ 스릴러의 쫄깃한 몰입감과 깊이 있는 심리 묘사를 모두 원하는 분
단순히 범인을 쫓는 1차원적 추적극을 넘어,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묵직한 감정선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해요.
✔ 소재와 구조의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
‘후각’이라는 감각적 소재와 ‘조향’이라는 개념을 인간의 욕망과 기억에 완벽하게 결합해 낸 완성도 높은 장르 소설이에요.
✔ 관계의 본질이나 인간의 이면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은 분
우정과 사랑, 동정과 집착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을 찾으신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에요.
향수는 시간이 지나면 날아간다. 사건도 언젠가는 끝난다. 하지만 사람에게 밴 어떤 냄새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당분간은 길을 걷다 스치는 어떤 향기에도 문득 이 소설의 서늘하고 묵직한 잔향이 떠오를 것 같아요.
몰입해서 읽을 만한 스릴러 소설을 찾고 계신다면, 『조향사』를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 이 서평은 모도 @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현영강 작가님 @swimmist7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