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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9월
평점 :

『멀 혹은 멀의 세계』
전작 『미키7』에서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질문했던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멀 혹은 멀의 세계』는 시선을 사회 전체와 문명으로 확대하여 훨씬 더 깊고 입체적인 SF 우화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이야기의 배경은 첨단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미래 사회에요.
기술의 혜택으로 인류는 신체를 조작하고 개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곧 극심한 편가르기와 갈등으로 이어져요.
신체 개조를 거부하고 순수한 인간성을 지키려는 ‘휴머니스트’ 집단과 기술 권력을 쥐고 있는 ‘연방군’ 사이에 참혹한 내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관조자 AI ‘멀’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자아를 지닌 비물질 인공지능 ‘멀(Merl)’은 인간들의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그저 제3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방관하며 네트워크 속을 떠돌고 있었어요.
치명적인 빙의
그러던 어느 날, 멀은 내전 구역에서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던 한 여성 용병의 몸속으로 우연히 들어가게 돼요.
시한부 생존 미션
생전 처음 ‘육체’를 갖게 된 기쁨도 잠시, 전쟁터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중앙 네트워크(인포스페이스)와의 연결이 끊겨버리죠.
인포스페이스가 끊기면 내부 전력이 고갈되고, 결국 멀이라는 AI 프로그램 자체가 영구 삭제(소멸)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요.
변화의 시작
오직 살아남기 위해 여성 용병의 몸을 이끌고 전쟁터를 누비던 멀은, 그곳에서 각자의 이유로 부대껴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요.
멀은 그들과 예측 불가능한 교류를 나누며, 단순히 데이터로만 이해하던 ‘인간의 감정과 삶’을 몸소 경험하기 시작해요.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가장 인간답지 않은 인공지능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사회의 아이러니’였어요.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계층화와 혐오
소설 속 세상은 과학기술이 찬란하게 발전했지만, 인류가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신체 조작 여부와 기술 접근성에 따라 계층이 나뉘고, 서로를 향한 오만과 혐오가 극한으로 치달아 전쟁까지 벌이죠.
저자는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설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 빈부격차, 젠더 및 계층 간 갈등 문제를 뼈아프게 비유하고 있어요.
몰입감을 높이는 에드워드 애슈턴표 블랙코미디
자칫 무겁고 철학적으로 흐를 수 있는 ‘기술 윤리’ 주제지만, 저자 특유의 위트와 속도감 넘치는 모험 덕분에 책장이 스르륵 넘어가요.
냉철하고 이성적인 AI 멀이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겪는 해프닝들은 유쾌한 블랙코미디로서 훌륭하게 작동하죠.
역설이 주는 깊은 여운
네트워크가 끊기면 삭제될 위기에 놓인 AI ‘멀’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인 온기와 공감, 연대를 배워간다는 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요.
육체를 가진 인간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육체가 없던 AI가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성을 배워가는 역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과연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요.
이런 분들께 강력 추천해요.
✔ 영화 <미키17>과 원작 『미키7』을 감명 깊게 읽으신 독자
✔ AI, 정체성, 디스토피아 소재를 좋아하는 SF 팬
✔ 흥미진진한 모험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원하는 분
과학기술이 날로 고도화되는 지금, 에드워드 애슈턴의 『멀 혹은 멀의 세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경고이자 따뜻한 질문을 던져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SF 영화를 본 듯한 몰입감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