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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신세계 -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재키 히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감각의 신세계』
재키 히긴스의 『감각의 신세계』는 최근에 읽고 제 상식과 시야를 기분 좋게 산산조각 내 준 책이에요.
BBC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20년간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저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몰입해서 읽었답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세상을 느끼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오감(五感)’이 세상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가잖아요?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창문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닫고 얼얼한 기분이 들었어요.
사과는 정말로 빨간색일까?
책을 읽기 전엔 ‘당연히 빨간색이지!’라고 답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물리학적으로 사과 자체에는 색이 없거든요.
단지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할 뿐이죠.
우리가 보는 ‘빨간색’은 내 눈의 세포와 뇌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환상이자 예술작품이었던 거예요.
책을 읽으며 내가 진정으로 놓치고 있던 건 외부 세계가 아니라, 바로 ‘내 몸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감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눈을 감고도 내 손가락 위치를 아는 것, 술에 취하지 않는 한 똑바로 걸을 수 있는 것 모두 이 숨겨진 감각 덕분이더라고요.
오감만을 전부라 믿는다면 내 몸을 통제하고 지구에 나를 밀착시켜 주는 이 경이로운 ‘내면의 나침반’을 평생 모른 채 살아가게 되는 셈이죠.
책 초반에 나오는 ‘공작사마귀새우’의 색각 능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에요.
인간은 색을 구분하는 원뿔세포가 3개뿐이지만, 공작사마귀새우는 무려 12개를 가지고 있어서 편광까지 본다고 해요.
처음엔 ‘인간의 눈은 보잘것없구나’ 싶었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반전이 있었어요.
인간 감각의 진짜 위대함은 ‘감각 기관’ 그 자체보다, 그 신호를 조합해내는 ‘뇌의 해석 능력’에 있다는 점이에요.
공작사마귀새우는 색 채널이 엄청나지만 정작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해요.
반면 인간은 단 3개의 세포만으로 수백만 가지 색조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노을빛의 아련함’ 같은 정서적 의미까지 부여하죠.
동물의 초월적 감각에 기가 죽었다가, 매 순간 세상을 다채롭게 재구성해 내는 내 뇌의 능력에 깊은 경외감이 들었답니다.
저는 ‘큰뒷부리도요’가 가진 ‘자기장감각’을 꼭 하루만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길을 찾을 때 늘 스마트폰 지도 속 작은 화살표에 의존하느라 주변의 바람이나 공간감을 놓치곤 하잖아요?
만약 내 몸 안에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가리키는 미세한 실이 연결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지도의 프레임에 갇힌 시선이 아니라, 지구라는 커다란 집 안에서 내가 어디 서 있는지 온몸으로 체감해보고 싶더라고요.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절대적인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우리 종(種)의 생존에 맞게 선별된 세계일 뿐이죠.
『감각의 신세계』 읽고 난 후, 이제 ‘감각한다’는 것은 자극을 받는 것을 넘어, 나 자신에게 허락된 지평 안에서 세상을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능동적인 행위로 다가왔어요.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인간으로 감각한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되찾아주는 올해의 책!
『감각의 신세계』는 단순한 동물의 신비나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었어요.
경이로운 동물들의 능력을 거울삼아, ‘그렇다면 인간인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책 같았어요.
오늘 밤 산책을 하면서 잠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내 귓속 전정기관이 잡아주는 균형을 느끼며, 뇌가 모아 그려내는 밤풍경을 조금 더 밀도 있게 ‘감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_과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