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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검정은 그렇게 차갑지 않은데
정민원 지음 / 행복우물 / 2026년 6월
평점 :

『나의 검정은 그렇게 차갑지 않은데』
누구나 가슴속에 차마 열지 못했던 문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잖아요.
정민원 님의 『나의 검정은 그렇게 차갑지 않은데』는 바로 그 문 앞에서 서성이는 우리의 아픈 계절을 꼭 닮은 소설이에요.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한 남자가 그녀의 집 문 앞에 서 있어요.
손에 들린 꽃다발은 바람에 사정없이 할퀴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죠.
영원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 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치지도 못하는 애매한 사이가 되었어요.
큰 용기를 내어 문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집 안에서 흘러나오는 날카로운 재즈 선율이 남자의 마음을 처참하게 산산조각 내요.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재즈 음악을 틀어!
이전에 그녀가 남자의 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던 말...
하지만 지금 그녀는 집 안에 있고, 재즈 음악을 틀어놓았어요.
남자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욱여넣으며, 자신이 들고 있던 꽃의 꽃말을 이내 잊어버리기로 하죠.
같은 시각, 문 반대편에 있는 그녀 역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잠들 때마다 굳게 다짐하지만, 혼자 남겨진 침대의 적응 안 되는 고요함 앞에 마음은 물에 젖은 모래성처럼 으스러지죠.
인생은 늘 소망과 다르게 흘러가고, 기대는 실망과 허무만을 남겨요.
결국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기로, 그를 잊어버리기로 결심하죠.
저자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던 두 사람이 이별을 맞이하는 과정을 시각적(꽃다발), 청각적(재즈 음악)으로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해요.
특히 과거의 ‘사랑의 신호’였던 재즈 음악이, 이별의 순간에는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뜻하는 ‘잔인한 확인사살’이 되는 연출은 정말 소름 돋게 슬펐답니다.
책 제목인 『나의 검정은 그렇게 차갑지 않은데』라는 문장이 참 역설적이지 않나요?
보통 ‘검정’은 어둠이나 절망, 이별의 끝을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는 이별의 검정은 마냥 차갑지만은 않아요.
서로를 잊으려 발버둥 치고, 자존심을 지키려 애쓰는 그 처절함 밑바닥에는 여전히 뜨거웠던 사랑의 기억이 온기로 남아있기 때문이죠.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지독한 이별 후,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밤잠 설치는 분들
✔ 지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과 자존심 사이에서 격렬하게 방황해 본 적 있는 분들
✔ 재즈, 꽃말 등 감각적인 오브제와 서정적인 문체를 사랑하는 분들
현실적인 이별의 씁쓸함을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으로 ‘너만 그렇게 아픈 게 아니야’라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듯한 묘한 위로를 주는 소설이었어요.
차마 열지 못한 문 앞에서 마주한 시린 아픔...
하지만 그 어둠(검정)조차 그리 차갑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는 서글프고도 따뜻한 이별서!
😍 단단한맘&포포리 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행복우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