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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혜진 옮김, 배세진 해제 / 우중몽 / 2026년 5월
평점 :

『제로 포인트』
끝을 모르고 치솟는 이상 기후, 도덜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스마트폰 화면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가자 지구의 비극, 알고리즘과 대기업 플랫폼에 종속된 우리의 일상...
‘도대체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러다 다 같이 망하는 거 아닐까?’ 하는 무기력함 한 번쯤 느껴보셨을 텐데요.
슬라보예 지젝의 『제로 포인트』는 지금 우리가 처한 이 답답한 상황을 ‘제로 포인트(원점)’라 부르며 매서운 돌직구를 날리고 있어요.
이제 기존의 정치나 경제 시스템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고칠 수 없어요.
트럼프의 포퓰리즘과 테크 기업들의 ‘디지털 봉건주의’는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증거죠.
지젝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인간적인 존엄마저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경고해요.
전쟁과 갈등 속에서 권력자들은 늘 말하곤 하죠.
‘지금은 대의를 위해 조용히 있어라!’, ‘복잡한 사정이 있으니 섣불리 말하지 말라!’
하지만 지젝은 모두가 침묵을 강요하고 진영 논리를 내세울 때야말로 진짜 진실을 말해야 하는 ‘가장 적절한 때’라고 외쳐요.
특히, 지젝은 23년 10월 17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연설에서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역사적 맥락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가 현장에서 엄청난 야유를 받았죠.
어느 한쪽 편만 드는 ‘진영 논리’를 거부하고 비극의 본질을 보자는 그의 뚝심이 돋보이는 연설이라 생각해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뻔한 위로는 없다!
솔직히 이 책,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불편했어요.
지젝은 달콤한 낙관주의나 해결책을 약속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우리에겐 지금 뚜렷한 대안이 없어. 그걸 인정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가짜 희망에 속아 좀비처럼 사느니, 차라리 바닥을 쳤음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진짜 사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실패와 불안 속에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용기일지도요.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겹쳐 보였어요.
브레이크 없는 진영 논리
우리 사회는 지금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죠.
최소한의 인간적 수치심이나 존중은 사라진 지 오래고요.
프랑크푸르트에서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진실을 말하려 했던 지젝의 태도는, 이분법적 싸움만 가득한 한국 정치판에 꼭 필요한 브레이크라 생각해요.
카톡과 유튜브의 노예가 된 우리
대기업 플랫폼이 짜놓은 알고리즘 속에서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우리의 일상 데이터는 고스란히 그들의 돈벌이가 돼요.
지젝이 말한 ‘디지털 봉건주의’는 24시간 스마트폰을 쥐고 사는 우리의 현실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각자도생’이라는 하강 나선
미래가 불안하니 다들 부동산, 주식, 코인에 매달리죠.
사회적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살아남겠다’며 각자도생하는 모습은, 기존 체제 안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절망적인 하강 나선의 전형적인 모습 같아요.
『제로 포인트』는 우리에게 무기력한 침묵에서 걸어 나오라고 소리치고 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는 서늘한 현실 감각,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를 다시 질문하는 용기에요.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뼈 때리는 철학적 일침으로 머리를 맑게 깨우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해요.
😍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