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보다 낯선을 보고.
너에게 천국은 어떤 곳일까. 나에겐 숲이나 도서관, 친한 사람들 사이가 작은 천국이다.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평온하고 든든하다. 또, 이곳에 있으면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나와서 나를 즐겁게 한다. 덕분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즉, 나에게 천국은 평온하게 있을 수 있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곳들이 더 이상 나에게 평온을 주지 않고 새로운 것들도 나오지 않는다면? 계속 불안하고 똑같은 것들만 반복해야 한다면? 마치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신세계. 헝가리 출신 이민자 에바에게 미국은 천국이었을까? 에바는 먼저 이민 온 친척 윌리에게 미국인의 일상을 배운다. TV로 풋볼 경기를 시청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 카드 게임을 하고 원피스를 입는다. 열흘간 윌리와 함께 미국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에바는 작게나마 웃는다. 이때만큼은 그녀에게 미국은 천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년이 지나고. 그녀는 클리블랜드에서 핫도그 가게에서 일하고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미국에서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웃지 않는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윌리와 에디의 방문에 그들을 반기며 활짝 웃는다. 그러나 다시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 경치가 아름답다는 클리블랜드의 호수는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해변에 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에바는 떠나는 윌리와 에디에게 플로리다로 가게 되면 자신을 이곳에서 꺼내 달라고 말한다.
천국. 그녀는 그들과 함께 플로리다로 떠난다. 출발할 때는 차 안에서 ‘I put a spell you’ 음악과 함께 에바는 그들과 함께 웃는다. 새로운 곳을 간다는 설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바다는 에바에게 웃음을 주지 않는다. 해변에서 에디는 말한다.
“여긴 처음인데 똑같은 것 같아.”
결국 그들은 호텔에만 머문다. 권태로워진 윌리와 에디는 잠든 에바를 두고 도박을 하러 간다. 잠에서 깬 그녀는 자신을 두고 떠난 둘에게 크게 분노하고 자신도 밖을 나선다. 플로리다 해변을 쓸쓸히 걷는 중, 그녀는 우연히 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공항으로 향한다. 항공편은 그녀가 이전에 살았던 헝가리 외에도 파리 같은 완전히 새로운 장소들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선택한 건 헝가리(그녀는 이 표를 샀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를 찾으러 온 윌 리가 직원 말을 듣고 그 비행기를 탔을 테니). 그러나 그녀는 다시 플로리다의 호텔로 돌아온다. 그리고 의자에 축 늘어져서 무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빤히 보다 영화는 끝이 난다. 그녀의 표정은 어딜 가든 여기와 똑같을 거라고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떠나기를 포기하고 그저 머무른 것이 아닐까.
너에게 천국은 어떤 곳일까. 나에게 천국은 숲과 도서관 같은 장소와 친한 사람들 사이, 즉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의 말대로 이 공간과 관계가 평온하지 않고 새롭지 않다면? 이것들도 천국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