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인간의 지도 - 좌뇌와 우뇌를 발견한 인지신경과학의 창시자 마이클 S. 가자니가의 자서전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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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사회는 뇌에 대한 많은 관심으로 뇌 발달을 위한 교육상품들이 넘쳐나고, 각종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 즉 사랑, 폭식 등을 뇌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연구결과들이 대중들의 뉴스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세돌과의 인상적인 바둑 대결을 보여주었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이 로봇의 인공지능과 다를 수 있는 차이점을 찾기 위해 더더욱 인간 두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과연 뇌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이것에 대한 대답은 이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아직은 아주 미비하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뇌 연구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과학은 그 비밀을 밝혀내는 데 얼마나 공헌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밝혀진 뇌 연구결과는 인간에게 어떤 함의를 주고, 인간들은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이 책의 저자 Michael Gazzaniga는 뇌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 사람의 저서나 연구를 읽어보지 않았을리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뇌 연구에 있어서는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이력때문이지 묘한 매력을 주었다. , 한편으로는 마치 이제는 노년이 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 같은 느낌을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뇌 과학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소개하는 과학도서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Gazzaniga의 삶 자체가 뇌 과학연구자로서의 삶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러한 두 가지 매력의 이 책은 앞서 한 질문의 답을 어느 정도 찾아보게 도와주었다. 첫째, 회고록 같은 느낌의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과학이 뇌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Gazzaniga의 과학자로서의 삶을 사는 열정과 의지, 계획력, 추진력에 감동을 받았고, 그의 그런 태도가 부러웠다. 이중에서 다시금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로 Gazzaniga의 추진력이다. 책의 말미에도 언급되긴 하였지만, 최근의 과학연구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편이고, 머릿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험에 실제 옮기기까지에는 많은 난제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들은 소멸되기 싶다. 자의적이든, 아니든 소멸된다. 하지만 이는 국내 과학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열정을 가진 추진력의 유무가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된다. 몇해전 발표된 국제 성취도평가 비교결과가 충격적이었던 것이 떠오른다. 국내 중등학생들의 과학 성취도는 국제적 비교에서 아주 상위권이었지만, 과학에 대한 태도, , 과학이 즐겁고 흥미롭다고 답한 것은 거의 꼴지에 가까웠던 것이다. , 이러한 태도가 추진력의 약화를 가져오고, 우리는 그러한 과학환경에서 여러 중요한 과학적 아이디어를 스스로 소멸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Gazzaniga와 같은 과학자를 길러내고, 뇌 연구에 크게 공헌을 하고자 한다면,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리라고 강조할 수 있겠다.

또 하나 눈여결 볼 것은 Gazzaniga가 일한 환경과 동료들과의 소통방식 또한 Gazzaniga가 유명한 과학자로서 명성을 떨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Gazzaniga가 일한 환경은 다분히 interdisciplinary 했고, 이러한 동료들과 늘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으며 독선과 아집에 빠질 수 있는 연구들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의 연구환경은 어떠한가? 국가는 융합연구를 강조하고 있지만, 연구환경은 여전히 전혀 융합이 아니며, 오히려 아군과 적군을 나누듯 타전공에 있어서는 배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타전공자에게 자신의 전공을 이해시키고, 의견을 나누려는 상호존중적인 토론문화가 아닌, 타전공자의 무지를 꼬집거나, 그 의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문화가 아직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환경에 대한 개선과 토론 문화 형성을 위한 기초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둘째, 두 번째 질문인 밝혀진 뇌 연구결과는 인간에게 어떤 함의를 주고, 인간들은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활용하는 가였다. 이것의 대답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인 과학도서 같은 내용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분리뇌 실험을 중심으로 초기의 실험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보여주고, 그 과정에 만난 다양한 전공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연구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인지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하게 되었음을 언급하면서 뇌에 대한 미시적 원리를 파악하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원리로서 뇌를 이해함으로써, 즉 뇌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이후 인간이 새로운 환경으로의 빠른 적응 및 학습을 위한 능동적 뇌 활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여전히 아직은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은 물음표를 지닌다. 하지만 한번 쯤은 맹목적 뇌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그 활용가치에 대한 부분에도 심도 깊은 논의를 바탕으로 한 뇌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Gazzaniga의 이 책은, 10년넘게 뇌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를 해온 나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고, 연구자로서 어떤 자세와 태도를 지녀야 할지 다시금 반성해보게 하였다. 여전히 뇌 연구는 암흑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밝혀진 뇌 연구는 이 책에서도 주로 보여졌다시피 새로운 뇌 과학기술들의 등장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연구결과를 다시 연구하여 그 결과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노력도 필요하며, 미래 인간의 보다 나은 삶에 활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융합적 접근의 뇌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뇌 연구를 하지 않고, 뇌에 관심을 가지는 대중들도 지금 밝혀진 뇌 연구결과가 영원할 거라는 믿음보다는 내 주변 환경과 내 의지를 변화시켜, 스스로의 뇌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고, 결국 나의 행동, 나 자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부터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대 인간의 대결이 크게 이슈가 되는 이 시대, 미래의 발전적 자아상과 사회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이 조금이나마 그 생각의 폭을 넓히고, 깊이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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