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그 자리에 머물지 마라 -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암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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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 청년들과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목표를 향해 내 달리기만 했던 내 삶에 지칠대로 지쳐있던 나로서는 그들과의 대화시간이 생긴다는 것이 나를 청춘으로 되돌려 줄 것만 같아서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웬 걸~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나보다 더 우울하고,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취업난의 현실은 그 위력이 대단했고, 그들의 삶까지 불안정한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또 그 자신을 하찮은 무기력한 존재로까지 만들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은 직업이 있는 나를 부러워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이에 질세라 그들 앞에서 나 또한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 그들과 경쟁하듯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그런 절망적 대화를 두서차례 계속해왔다. 오늘도 그들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인생의 덧없음과 우리의 어리석음에 허탈한 미소를 입가에 짓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가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죽어간다’ 는 것이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하루살이 곤충이 고작 하루밖에 살지 못하면서 오전오후 시간 내내 힘들어 못살겠다고만 외치다가 저녁이 되면 죽음에 두려워만 하다 결국 죽는 꼴이 생각났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인생이, 다시 역으로 생각하면 죽음으로 다가가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무한할 것만 같아 모든 것이 부족해 보이는 인생이 다시 역으로 생각하면 끝이라는 종점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삶의 본질에 대한 나의 이해는 온전히 프란츠카프카의 소설들로부터였다. 그의 소설 성이나 변신 등을 읽으면 삶의 본질, 인간의 본질을 철학적 물음을 던져가며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현실적 나에게로의 적용은 하지 못한 어리석은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사실적 해법 마냥 전해졌다.

이 책의 내용은 프란츠카프카의 소설처럼 독자로 하여금 책의 내용을 곱씹어 음미해야만 그의 진정한 생각이나 삶에 대한 본질이 이해되는 것이 아닌, 저자의 리얼 스토리이기에 표면적으로 글로 잘 묘사되어 있어서 오히려 책을 읽어나가는 몰입도나 이해는 더욱 빨랐던 거 같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을 바쁘게 충실히 살다가 암이라는 병에 걸리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서 경험한 고통과는 비교할 수 있는 고통,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 진 고통’, 그 사이에서 처절하게 힘들어하면서 그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책에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기에 겪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심적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온전히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그때의 주변사람과의 관계까지 꾸밈없이 섬세하게 전달함으로써 그 두려운 감정이나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심리에 대한 이해가 잘 전달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되어 죽음에 대해 대처하는 우리 모두의 공통된 자세가 이러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후 수술로 암이 제거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겪는 ‘살기 위해 겪는 고통’도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20대 청년들과 내가 나눈 대화들, 삶에 대한 불평들이 정말 호사스러운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항암치료가 끝난 후, 암에 대한 재발의 두려움을 가지고도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저자의 모습은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스스로 자문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 스트레스’를 언급하면서 일에 몰두하여 얻는 성취감을 언급하였다. 즉, 긍정적 스트레스는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대 청년들과 내가 일컫던 인생의 힘듦이나 고난이 아마도 우리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저자가 언급한 긍정적 스트레스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서도 참 많이 부끄러웠다. 내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주어진 고마운 스트레스들이 아닌가... 어리석게도 그것에 대해 우리는 불평을 하였던 것이다....... 참 많이 어리석다..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작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후 저자는 다시 암의 재발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또 다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예민함, 원망 등의 감정을 다시 여실히 표현하고 있었다. 이토록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최종적으로 결론지은 삶의 본질을 책의 마지막에 언급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동시에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다행이 암이 재발되진 않았지만, 죽어가는 인생을 깨달은 저자는 얼마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한 것일까 생각된다.

이 책은 그동안 현실과 철학을 분리한 채 삶과 죽음, 인간을 철학적으로만 바라보았던 그래서 현실적 나에게 적용까지는 어려웠던 어리석은 나에게 보다 리얼리티 접근으로 그것을 이해하게 해주었고, 그제서야 현실의 나를 일깨워준 책이다. 인생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나의 20대 청년들에게도 이 책을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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