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

선방일기
지허 지음, 견동한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11월

 한 스님이 동안거를 지내며 썼던 일기가 이 책이다. 누군가의 일기가 그러하듯 이 책을 통해 한 스님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저자가 스님이기에 일기 속에 등장하는 스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에 달라서 인지 더욱 흥미를 갖게 하였다. 또한 스님의 일기 안에서 엿볼 수 있는 그의 생각을 통해 불교철학을 다시 한 번 따라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상황이 맞아 떨어져서 인지 읽는 동안 마치 직접 내가 보고, 느끼는 것처럼 이 책이 나와 하나가 된 듯 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책 읽기 시간이었다.

 또한 책 속에 간간히 등장하는 수묵화 기법의 그림들은 나로 하여금 더욱 더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읽고 난 후에도 그 그림들을 보며 책을 다시 연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물론 약간 어려울 수 있는 불교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해하기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스님들의 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자료가 된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님들이 겪는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한때는 우리와 같은 범인으로서 살았기에 범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관습과 생각이 남았을 것이고, 이제는 불교라는 동양철학의 수행자, 구도자로의 길을 걸으며, 의무적으로 해야 할 관습과 생각이 새로 생겼을 그들이 작은 하나하나의 사건에 맞닥뜨려 얼마나 갈등하고, 번뇌에 빠질까 그들의 고뇌를 다시금 동감할 수 있었다.

 동양의 철학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지 않아 나 개인으로서는 무척 좋아하는 철학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평온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또한 마지막에 떠나는 스님을 보며, 이 책 뒤에 여운을 남게 하였고, 나 또한 어딘가에 정착할 수 없는 방랑자와 같은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며, 내 마음의 욕심과 근심이 어찌 보면 다 소용없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