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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돌
문영심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을 흔들었던 획기적인 사건이 무엇일까? 나에게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처럼 내 인생을 흔들었던 사물이 있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은 흔히 그것이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문학적 성취를 얻는다고들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어떤 문학적 성취를 그려낸 자전적 내용을 읽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물론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의 자신 내부에서 벌이는 치열한 싸움을 통해 작가로서 성장해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치 소설이지만 철학책을 읽는 느낌도 들었다. 인생에 대해 특히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는 나의 인생에 대해 오랜 시간 사유할 수 있게 만든 책이었다. 또한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카뮈의 이야기와 그의 소설 이방인에 대해 자주 등장한다. 내가 카뮈의 작품들을 읽으며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을 이 책의 작가와 함께 풀어나가는 재미가 나로서는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의 작가는 카뮈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며 그와 같은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하지만 다시 누군가를 쫓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과 현상을 보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시각을 온전히 쫓고, 그것을 찾아 만들어내기에는 수많은 제약들이 존재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대의 사회문화가 그러했다. 시대적 흐름 앞에서 좌절하며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이 책 안에는 저자가 썼던 과거의 글들이 몇 편 담겨 있다. 이 글들 덕분에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고,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길을 정해 길을 만들어나가면서 수많은 고민과 좌절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애쓰고, 힘들게 만드는 그 길도 다른 모든 사람들 또한 그러하고 있는 수많은 길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언젠가 바람에 흙이 날리고, 그 흙이 덮히고 덮히면 또 누군가 새로 만들어야 할 무위의 땅으로 변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카뮈의 인간에 대한 실존주의적 고민처럼 우리는 무위의 땅으로 변할지 모를 길이라도 계속 가꾸고 또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인생과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했듯 그 내용을 함께 따라가다 보니 나의 인생과 나 개인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진정 행복한 책읽기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