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다림 레나테 - 북한 유학생을 사랑한 독일 여인이 47년간 보낸 전세계를 울린 감동의 러브레터
유권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몇 해 전 TV를 보시며 부모님이 나누셨던 대화가 생각났다. 북한 국적의 남자와 짧은 시간 사랑하고, 사랑하는 그 남편을 북한으로 떠나보낸 후 47년간 재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홀로 기르며 기다리신 독일 할머니를 대단하다고 평가하시던 대화였다. 난 그때 무심코 지나치며 봤을 뿐 유심히 보진 않았다. ‘이산가족’에 대한 개념이 내겐 아직 낯설고, 슬픔과 고통으로 대치될 수 있을 만큼 익숙하다거나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이산가족’이라는 단어에 무덤덤하기만 하던 내게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고, 이 책을 통해 두 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분단의 아픔, 이산가족에 대해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한 권의 러브 스토리가 담긴 예쁘면서고 가슴 아픈 내용이었다. 내용을 잠깐 소개하자면, 북한의 전도유망한 남학생이 독일로 유학 와서 독일의 여대생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소환 명령으로 남편은 1살 된 큰 아들과 뱃속의 둘째 아들을 아내와 함께 남겨두고 북한으로 떠나게 된다. 소환 명령이 있은 후 이틀 만에 부부는 이별 준비를 해야 했고, 바람처럼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 곁을 떠나게 되었다. 이별의 순간 눈물 범벅이 된 채 떠난 남편의 모습은 아내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가슴의 피멍이 되었다. 그리고 항상 남편을 생각할 때면 그 이별의 모습이 떠 올라 그를 향한 안타까움과 절절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렇게 아내는 그와 나눈 짧은 사랑의 시간들과 그런 안타까운 추억으로 아이들을 기르며 47년을 보냈다. 언젠가는 그를 다시 볼 수 있겠지하며 말이다. 하루하루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며 체념도 해 보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긴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드디어 그녀에게 남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젊고 예뻤던 부부는 어느덧 70이 넘는 노인이 되어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 마주하고 선 어색한 시간이 왜 책을 읽는 내게도 그렇게 어색하고, 자꾸 눈물만 나려하던지...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났고, 과거의 애틋함으로 서로를 바라 보는 데는 우리가 생각하듯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시 눈물의 이별을 해야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울컥했다. 그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에게 친숙해지자, 더 울컥해져왔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런 고통을 겪은 것인 양 마음이 저려오고, 눈물이 났다. 그렇게 이산 가족에 대해 다시 정의 내릴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슬픈 것이고, 고통인 것인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숭고한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내가 생각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요즘처럼 이혼율이 높은 시대에 젊은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사랑을 가볍게만 여긴다던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하고, 서로를 자기 안에 가두려고만 하는 젊은 우리가 꼭 한 번은 읽어보고 느껴야 할 책인 것 같았다.

또한 요즘 통일세에 대한 정책이 논의되면서 통일이 다시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 시기에 다시금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마음으로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통일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하고, 무엇이 절실히 필요한 것인지 이산가족의 마음으로 생각해보고, 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무덤덤한 생각으로 명목상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실질적이고 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따뜻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아무튼 오랜 만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른 이산가족도 하루 빨리 만나 서로 가족애를 맘껏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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