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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명화 작품들을 통해 저자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생겨났던 그리운 옛 추억들을 다시금 되새기며 쓰여 진 책이다. 또한 제목 ‘아버지의 정원’의 의미를 추적하다 보면, 이 책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된 것처럼 삭막한 군대라는 현실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평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군대 안의 정원, 아버지의 정원이었다. 아마도 저자가 제목을 ‘아버지의 정원’으로 한 것은 어린 시절의 저자 또한 탱크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에 매료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각박한 지금의 현실 속에서 명화 작품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스스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찾고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들로 하여금 각박한 삶 속에서 위안이 될 만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어찌 됐건 저자의 노력으로 이 책을 읽는 나는 과거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고, 명화 감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도 갖게 되었다. 즉 내 마음의 작은 정원을 갖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저자는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차례 이사를 하며 여러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역별로 책의 내용도 목록화되어 전곡, 원주, 대구, 비아로 나뉘어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저자로 하여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다양한 명화들도 함께 소개되어 그림 에세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저자의 어린시절 친구들과 관련된 추억들, 그리고 아버지 엄마, 누나와의 추억들, 주변 이웃들과의 추억들 그리고 강아지, 병아리, 청개구리, 제비 등 자연의 동식물과의 추억들이 풋풋하게 어린 시절 감성으로 소개되어 있다. 읽는 동안 강아지의 죽음처럼 공감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제비가 집 처마에 둥지를 트는 것처럼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해서 읽는 동안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그림 에세이답게 많은 명화작품들이 소개되어있었다. 그 중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나 김득신의 파적도, 앙리 마티스의 작품과 고흐의 작품 그리고 뭉크의 절규는 흔히 접했던 익숙한 작품이었지만 저자의 추억담과 연관 지어 작품을 감상하다보니 익히 알던 작품이 새롭게 느껴졌고, 나 또한 다시 작품에 빠져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작품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젠틸레스키의 작품은 여성인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또한 마지막에 소개된 조지아 오키프의 ‘분홍 그릇과 녹색 잎’ 작품은 두고 두고 소유하고 싶을 만큼 삭막한 현실 속에서 내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갖게 해 주었다. 바로 이 오키프의 작품과 어울리는 것이 저자에겐 추억과 명화들이 담긴 이 책일 것이고, 아버지에겐 군대 안의 작은 정원이었을 것이다.
어찌 됐건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은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것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미술관을 찾아 여유롭게 그림을 감상하며 또 다른 세계에서 나를 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나는 이전 과는 다른 그림 감상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전에는 그림의 내용을 해석하려고만 했고, 화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만 궁금해 했던 내게 저자는 그림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알려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