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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와 데스데모나,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 심리학, 삶의 거울 희곡에서 자기치유의 길을 찾다
전현태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정신과 의사라는 저자의 이력과 너무나도 잘 맞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희곡 작품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그것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이 느껴졌고, 또한 희곡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에 맞게 다시 재해석해낸 노력도 물씬 느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 작품 중에서 희곡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아서 밀러의 ‘세일즈 맨의 죽음’이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두고두고 읽으면서, 그 안의 인물들의 심리를 다시 해석하거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재차 생각해보며 희곡 다시 읽기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또한 행여나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두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가진 지적 부분을 발휘할 수 있는 큰 기쁨이고, 무언가 알찬 대화를 나눈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중간매개체로 하여 저자와 만난 기쁨은 나로서는 무척 컸다.
이 책은 총 4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다. 잃어버린 자아 찾기, 타인과의 소통 부재, 사랑에 얽매인 상처,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하여 이렇게 구성되어 그 아래 각각 4개의 희곡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람이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희곡 안에서 다시 확인하고, 희곡의 인물들을 통해 문제 해결의 방안을 검토하면서 다시 그 인물들과 정신 분석학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바른 해결법을 독자 스스로 찾아 나서게 하는 데 이 책은 주 목적을 두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독자를 위한 친절한 배려로 쓰여 진 책이다. 또한 책 내용 중에 희곡의 인물들과 정신과 의사가 나누는 대화는 정말 색다르면서도 그 인물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남편을 대신해 죽은 알케스티스와의 대화에서는 그녀가 사회적 시선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얼마나 갈등 했는지, 그리고 아들 대신 죽지 않은 노 시아버지를 얼마나 원망하는지 인간다운 심리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리고 소개 된 희곡 작품 중 저자와 내가 작품을 해석하는 바가 다를 경우에는 무척 흥미로웠다. 희곡의 묘미가 인물의 대화만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전지적 시점의 소설들과는 그 작품들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은 서로 상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소설을 두고 아주 다르게 상황이나 내용을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희곡은 읽는 사람마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는지에 따라 해석하는 부분이 크게 다르다. 그런 생각의 차이를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알아가는 것은 서로 다름을 깨달아가는 커다란 기쁨이다.
또한 각 작품의 마지막에 작품의 인물들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파악하고, 그들과 정신 상담을 하면서 작품 속 인물들을 실재의 나 자신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실재 저자가 겪었던 유사한 실례를 소개하면서 희곡의 인물들이 절대 허구의 인물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그들과 실재 인물 사례를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치유하게 만든다.
내가 희곡 작품들을 좋아해서 인지, 그리고 내가 읽었던 희곡 작품들이 반 이상이 이 곳에 소개되어서 인지 몰라도 읽는 동안 푹 빠져서 몰입하며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