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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바보생각 - 우리가 잃어버린 따뜻함과 지혜에 대하여
유승달 지음 / 문예춘추(네모북) / 2009년 7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받고 왜 제목이 바보 생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 책 말미에 깨달음에 대해 스승이 말하는 부분에서 ‘아하 그렇구나’ 하며 나름 깨닫게 되었다. 그 부분은 이렇다. 깨달음을 알게 된 스승에게 그의 아들이 깨달음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 때 스승이 ‘바보’라고 말한다. 왜 바보냐고 다시 물으니 스승은 어떤 집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창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집의 문은 이미 열러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했다. 사람은 365일 즉, 평생 동안 무언가를 위해 지혜가 됐건 돈이 됐건 나름 무모하리만큼 부단히 노력하고 생각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미치지 않고, 그 모든 것들이 거시적으로 보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소소한 것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 바보생 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아예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깨달음에도 다가갈 수 없음을 의미하는 역설적 의미를 또한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사람이 신이 아니기에 신에 의해 만들어진 한낱 피조물로서의 필연적인 삶의 굴레가 아닌 듯 생각 들었다.
이 책은 지극히 구도자들의 이야기다. 일상의 치열한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신을 찾고 신이 주신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제자들과 그들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다. 마치 탈무드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삶 속에서 문득 느꼈던 고민과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무척 즐거운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마치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몸소 체험하는 듯 했다. 글의 길이가 길지 않아 한 페이지 읽고 여유롭게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그러고도 3일 만에 이 책을 다 읽었다. 다 읽었다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직 한 문장, 한 단어에 대한 의미를 완벽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읽으며 그 즐거운 시간을 또 갖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 부분들을 몇 군데 소개하자면, 그 첫 번째가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 곳이다. 어떤 젊은이가 많은 재산을 탕진하고, 주위의 친구도 모두 잃어 스승에게 찾아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젊은이에게 스승은 ‘곧 잘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자 젊은이는 다시 ‘재산과 친구가 생길 것이냐’고 다시 묻는다. 하지만 스승이 대답하기를 ‘그 생활에 익숙해질 것이다.’ 라고 대답한다. 익숙해진다는 것.. 흔히 사람들은 어떤 일에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 준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바로 이 의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가 아닐까 생각 들었다. 익숙해지는 것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길들여지는 것과도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익숙해지는 것이 그동안 내가 알던 단어와는 새삼 다르게 받아들여진 부분이었다.
또 한 곳은 ‘사람을 구속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바로 정신적인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자는 세상을 고통 없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바꾸어라.’ 는 부분이었다. 지금 내가 힘들어 하는 모든 것들도 내 마음에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다시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답은 명확했다. 바로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나를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활기 있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려면 동행 없이 걷는 데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려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아직도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하는 부분이다. 과연 내가 의지하는 것과 정신적으로 분리될 수 있을지 분리 되고 난 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만약 자신에게 믿고 있는 신이나 혹은 조그만 징크스라도 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본다면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말 읽는 내내 나를 정신적으로 한 단계 발전 시켜준 책이었다. 짤막한 문장 하나에 머리와 가슴이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즐거운 생각이 다시 생각의 꼬리를 물고, 그렇게 사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