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야마 도모히로 지음, 강민정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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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 책은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 책의 저자인 마치야마 도로히모의 나라인 일본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음미하다보면 진실에 가려져 있는 미국인들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뉴욕이 어디에 위치에 있는지 그런 명백한 진실마저 정부와 언론 등 권력층에 의해 왜곡되고, 더 우스운 것은 국민들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기꺼이 눈 감아 준다는 현실이다.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만행과 어리석음이 나에겐 꽤나 큰 충격이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미국의 전 대통령 부시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의 종교적 성향이 정치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그가 장악하는 언론사들의 행태 혹은 그에게 복종하는 보수적 언론매체들의 실상,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허와 실, 그리고 월 마트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제 상황 등이 설명되고 있다.

 위에 적은 간략한 내용들만 봐서도 우리나라의 상황과 1:1 대응시키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대선이 있을 당시 그리고 대통령 초기에는 무척 인기가 많은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그를 비난(“부시와 같은 텍사스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럽다”)했던 미국의 여성 3인조 그룹 딕시 칙스를 대부분의 국민들이 비난할 정도였다. 또한 그는 기독교 복음주의 사상을 정치에 반영했다. 물론 그를 지지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종교 지지자였음을 그는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법안이 낙태금지 등이었다. 그에 따라 나온 성교육도 철저한 혼전순결 교육에 치우쳤고, 피임과 관련한 성교육은 부도덕한 교육행위가 되어버렸다. 그의 종교가 정치뿐만 아니라 교육에 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리고 그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일으킨다. 911테러의 배후세력이라고 그는 지목하며 전쟁의 명분을 찾았지만, 그 명분은 거짓임이 들통이 났다. 이라크는 빈 라덴의 배후세력도 911테러의 배후세력도 아니었다. 또한 이라크 국민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주둔한 미군은 이라크 인을 돕기는커녕 하찮은 벌레 목숨처럼 이라크 국민들을 무참히 사살하고 있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으며 부시 정부는 오히려 그들에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죽여도 된다는 식의 면죄부를 주었다. 또한 부시는 대변인을 통해 혹은 루퍼드 머독과 같은 재벌을 통해 언론을 장악했다. 국민들에게 왜곡된 진실을 알리기 바빴다. 하지만 더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왜곡된 진실은 국민들에게 바로 흡수가 된다는 것이다. 정말 언론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월 마트, 마치 1년 전 우리나라 이랜드 사태를 보는 듯했다. 제품을 싸게 팔기로 유명한 월 마트. 그래서 월 마트가 주변에 들어오면 작은 가게들은 망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돈벌이를 잃은 사람들은 월 마트의 직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월 마트의 제품은 그렇게도 싼 것이었을까? 바로 직원들의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고, 근로 여건 또한 무척 취약했다. 자신들이 고용한 직원들을 쥐어짜면서 가격을 내렸고, 자기 뱃속 채우기에 바빴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불쌍한 월 마트 직원들의 사정보다는 자신 개인의 가정 경제 사정에 더 관심이 많았고, 월 마트를 비난하기 보다는 애용하기에 바빴다. 과거 우리 이랜드의 홈 에버와 같은 마트에 고용된 우리네 어머니들이 우리를 향해 도움을 손길을 뻗치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우리는 쇼핑에 방해가 된다고만 여기며 그녀들을 냉정하게 뿌리쳤던 기억이 난다. 경찰에 짓밟히고 우리 무관심에 짓밟혔던 그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월 마트를 통해 1년전 과거를 반성해 볼 수 있었다.

 이 책 안에는 골빈 여성 정치가, 보수 정권의 바비 인형으로 불리는 앤 쿨터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읽는 동안 우리나라의 누구누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정치인인지 자신이 모델인지 착각하는 몇몇 정치인들에게 짜증날 때 미국에서도 이런 골빈 정치가들이 있구나 싶어 스스로를 위안했다. 또한 ‘폭스사’와 같은 언론사인지 루퍼딕 머독과 부시의 장난감인지 싶은 언론사를 보면서는 미래의 폭스를 우리나라에 만들고자 하는 몇몇 권력층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언론사 장난감을 만들어 온 국민을 자신들의 장난감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야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밖의 다른 나라 상황에 아둔했던 내 좁은 시야를 좀 더 넓혀 준 책이었다. 그로 인해 과거의 우리나라 상황에서부터 미래 발생할 지 모를 상황에 대해 반성해보고, 미리 예측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책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머릿속에 많은 이야기를 강하게 남겨준 것은 정말 나에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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