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요 근래 서울대병원에서 안락사가 이루어졌다. 이제껏 안락사에 대해 찬성도 반대의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던 내게 이 책은 충격적이었고, 신선했다. 아니 어쩌면 안락사에 대해 조금은 찬성의 입장을 가졌던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자살의 충동도 쉽게 일어나듯 안락사라는 죽음을 그렇게 반대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삶은 고통이요, 죽음은 고통의 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 책의 숀을 통해 나는 내 안에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여기 까지만 읽으면 마치 이 책이 안락사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주제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듯 이 책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고르게 말하고 있으며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그른지 끊임없이 고뇌하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그렇듯이 말이다.

 주인공 숀은 14살 남자아이이다. 어려서 뇌성마비에 걸려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육체를 가지고 있다. 눈동자 하나 자기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말을 할 수도 파리가 날아와 간지럽혀도 그냥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는 육체 안에 갇혀 살고 있다. 진정한 숀은 육체 안에 숨겨져 있다. 숀은 스스로 자신을 천재라고 부른다. 자기가 경험한 모든 사실들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다. 6살 때의 크리스마스의 기억 그리고 그 다음해의 크리스마스의 기억 등 모든 것들을 말이다. 이 책의 화자는 숀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숀이 이 책을 이끌고 있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 안에서는 세상 주변 모든 것들이 세세히 묘사되고,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어있다. 숀은 아무도 진정한 자신을 모를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자신의 육체만 보기 때문이다.

 숀의 아버지는 숀의 안락사를 고민하고 있다. 숀의 아버지가 안락사를 고민한다는 것은 숀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갖게 되는 책임감.. 그것에 대해 끈임 없이 고민한다. 내 소중한 아이의 고통을 끊기 위해 내가 살인죄를 받더라도 죽이는 것이 부모로서의 책임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 숀의 눈을 통해 그려지고, 숀의 마음이 그것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은 200page도 안 되는 아주 짧은 글이다. 하지만 다른 여느 책보다 서평을 쓰기 무척 힘이 든다. 이 책에 나온 내용 하나하나가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지 몰랐다. 숀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가슴깊이 남아있다. 그가 발작을 일으키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숀은 아이러니하게 가장 행복해한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숀은 손, 발을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하고, 아빠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슴 뛰는 사랑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고통의 순간까지도 소중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의 모든 내용을 이곳에 한 글자 한 글자 적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이 책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한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내가 누리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일인지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숀의 아름다운 입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 궁금증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해갔다. 그리고 그 결말까지도 이 책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좋은 책 한권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어제 본 뉴스를 말하고자 한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장애가 없어도 말이다. 장애와 정상을 나뉘는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인지 더욱 씁쓸함을 느꼈다. 행동과 말이 어눌한 장애인일지라도 그 안에 있는 진정한 모습은 정상일지 모를 일이다. 그들을 차별하는 정상인들의 모습이 정신적 장애를 숨기기 위한 진정한 위선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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