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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에 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백에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솔직 담백하면서 머쓱해하는 인간적인 화법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 차이 탓인지 책의 내용과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삶에 대한 가치관들의 전환점에 대해 초점을 두게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어떠한 변화 없는 탄탄한 도로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가시밭길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가시밭길에서 빠져나와 도로를 달렸고, 다시 만난 가시밭길에서 다시 헤쳐 나와 도로를 달리면서 결국은 그의 삶의 길을 고속도로와 같은 누구든지 한번쯤 달리고 싶어 하는 길로 발전시켰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삶에 있어서 안일한 태도를 취한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들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한 삶에 대한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가 난 참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누군가 이런 신변잡귀적인 정치인의 고백 에세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냐고 묻는다면.. (내 주변의 사람들은 경제인이나 정치인 등의 고백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대필했을 것이 분명하고 꼭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 것인양 꾸며내는 것 같아 싫다고 한다.).... 난 나를 바로 이끌어 줄 삶에 대한 성실함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에 전반적인 가치관들이 변화된 전환점들이 나와 있다. 소위 말하는 터닝 포인트.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터닝 포인트들은 아니었다. 그의 삶을 진지하게 여기는 태도 때문에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의 어린 시절은 너무 나도 가난했고, 그래서 너무나도 열등감에 휩싸였다. 또한 그래서 남들 보다 더 고개 숙이지 않고, 더 강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에게 흔히 말하는 불량 청소년이 되기는 무척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냥 지금 걸어가는 가시밭길을 그냥 쭉 걸으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형이 2명 있었다. 특히 그는 대학에 들어간 큰 형을 통해 그리고 큰형의 친구들이 놀러와 하는 사회 전반적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본문에는 깊이 설명되진 않았지만 분명 큰 형처럼 되고자 하거나 무언가 의식 있는 사람이 되고자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시밭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도로로 빠져나가고자 애를 썼다. 고시공부를 하기 까지 그에게 있어 큰 형의 존재는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며 도로를 찾아 나아가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는 고시를 합격하고,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았다. 자신의 주관을 앞세우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상황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정치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시켰고, 책의 제목이 나온 것과 같이 ‘여보, 나좀 도와줘’를 외칠 수 있는 여성 존중 가치관도 만들 수 있었다. 그에게는 수많은 터닝 포인트들이 나온다. 그 많은 것들을 여기에 열거하기보다 책을 읽으며 숨겨진 그의 터닝 포인트를 함께 찾아나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 기회를 통해 분명 책을 읽는 사람들 스스로도 자신에게 생긴 사소한 일에도 깊이 성찰해보고, 발전의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나 또한 과거 내 삶을 뒤돌아 생각해보고, 나는 과연 진지한 삶을, 성실한 삶을 살았나 반성해보았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을 안일하게 그냥 걷고만 있는지 발전된 길을 찾아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보게 되었다.
나에게는 이 책이 그에 대한 향수를 갖게 한 것만으로 고마운데, 삶에 대한 경외심마저 갖게 해주었다. 그는 역시 참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