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 피로 쓴 조선사 500년의 재구성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역사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지금의 역사는 누가 만들어가고 있으며, 올바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서두부터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이성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뒤집었다. 이성계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증거들을 내보이기보다는 반역자로서의 증거들을 찾아 열거해 놓았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통속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을 뒤집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이때껏 그러한 시도는 몇 번 이었다. 연산군에 대해 바로 알자는 시각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매 부분은 실록에 쓰인 글과, 대중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함께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난 후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여기 저기 역사적 사실을 가져와 증거로서 내보이는 형식이다. 일종의 역사 속 인물들과의 법정 싸움을 하는 기분이 든다. 또한 익히 알려진 내용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아무 의식 없이 잘못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보라고 충고하는 듯했다.

이 책은 역대 조선의 왕들을 중심으로 반역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분히 어떤 사건을 설명해 주는 형식이 아니라 독자인 우리로 하여금 그것이 진정한 반역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이 고려 왕조의 시각에서 보면 분명 반역 행위이지만 이성계가 승리하고 고려는 패했기에 역사는 위화도회군을 이끈 이성계를 반역자 대신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 이성계는 과연 영웅일까? 반역자일까? 또한 기획반역이라는 말로 중종시대의 조광조의 반역, 그리고 선조시대의 정여립의 반역을 평가하고 있다. 즉, 기획반역이라 함은 왕이 기획한 의도된 반역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조광조의 반역을 실제 반역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가 누명을 썼다는 사실, 그리고 그 누명에 중종의 힘이 실렸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사용한 기획반역이라는 말이 참 신선했다. 아무래도 반역이라는 옛 단어 앞에 기획이라는 현재의 용어가 붙으니 왠지 지금의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역사는 참 매력 있는 학문이다. 전제왕권이라는 시대적 특징 때문에 권력에 부합해 잘못 쓰여 왜곡 되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 진실게임 하듯 파헤쳐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다양한 왕들과, 그 안의 인물들, 그리고 사건들을 통해 지금을 투영해볼 수 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지금의 역사는 누가 만들어가고 있으며, 올바로 만들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시각의 말들을 거부하는 이 사회에서 올바른 역사가 만들어질지 걱정이다. 부디 세조실록과 같은 정말 터무니없는 역사만 안 만들어지기를 바래야만 하는 것인지...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