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과거로부터의 현재까지의 계속성, 연속성을 지닌 역사의 패배자가 아닌, 조선이라는 과거 속 시작부터 끝이 존재하는 한 시대의 패배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선의 패배자를 역사는 승자로 만든 것이다. 몇몇 논쟁이 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총 15명의 위인들이 등장한다. 조금 열거해 보자면,

한나라를 세울 때 한고조의 장량을 자신과 같다고 일컬은 정도전. 물론 굽힐 줄 모르는 개혁의지로 인해 역성혁명까지 이끌어냈다. 또한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의 기틀을 다진 정치적 실천운동가였다. 하지만 그의 지칠 줄 모르던 야심과 조선에 대한 자신감이 이성계의 아들 태조 이방원의 질투를 샀고, 결국 이방원의 칼에 죽임을 당하게 된다.

주초위왕, 도학정치로 대변될 수 있는 조광조. 그는 중종반정을 통해 왕이 된 중종에게 혁신정치를 펼 수 있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이에 따라 조광조에 대한 중종의 신임은 높아만 갔다. 하지만 훈구세력들과의 대립, 이것이 주초위왕을 만들었고, 다시 중종과의 대립을 낳았다. 이로 인해 조광조는 결국 유배당해 사약을 받게 된다.

또한 폭군이라고 알고 있었던 광해군에 대한 재해석은 조금은 흥미로웠다. 정실 소생이 아니었고, 첫째 아들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인해 끊임없이 왕재로써의 자격을 위협당해야 했었다. 그로 인해 어린 시절 백성의 나은 살림살이와 국가 중흥을 위하겠다는 올곧은 생각들은 온데  간데없고, 왕이 된 후 자신의 불안한 왕재로써의 위치를 강고히 하기 위해 강력한 왕권강화책을 시행한다. 그리하여 끝내 백성마저 그를 버리게 된다.

이 밖에도 계유정난의 패자 김종서, 단종 복위 운동을 하려다 세조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 사육신, 세조에 저항해 초야에 묻혀 살다 간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시습,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그리고 누구보다 패배자로써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의적들, 임꺽정, 장길산. 그리고 자신의 삶이 투영되었다는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 또한 조선에 반역을 꿈꾸었던 시대가 만든 반역자들 이징옥, 대동계의 정여립, 홍경래의 난을 이끈 홍경래. 그리고 혜성으로 인해 역모죄를 뒤집어쓰게 된 남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흥선대원군, 외세와의 싸움에 패배자가 된 녹두 장군 전봉준까지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를 과거로써 묻히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역사가 그들을 재평가 해주었다. 하지만 역사가 시간이 흐른 뒤 재평가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분명 그 평가 속에는 아쉬움과 탄식이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지금에 반영해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 지금 우리사회에도 만연하고 있을 모습이 존재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 책은 인재등용에 있어 지역적 차별이 존재했다고 전하고 있다. 지금 고소영 사회와 다를 바 없다. 또 분명 어딘가에는 중상모략으로 공격받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는 무척 많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언론의 중요성이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모두에게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실을 통해 국민들은 평가할 것이다. 옳은지 나쁜지 말이다. 적어도 과거처럼 윗사람 몇몇이 좌지우지 하여 그 시대의 아쉬운, 안타까운 패배자를 양산하지는 않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언론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축소보도, 과잉보도 이런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남이가 반역죄를 얻게 된 일화를 잠시 이야기하며 끝맺겠다.

남이는 태종의 딸 정선공주의 자식으로써 왕족의 가문이었다. 또한 어렸을 적부터 영민하고, 성품 또한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하였다. 그리하여 예종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결국 어린 나이인 28의 나이에 병조판서에 임명된다. 하지만 그를 두려워하던 무리들이 생겨나고, 남이를 제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남이가 밤하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혜성을 보고 “ 혜성이 나타났다는 것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나타나게 하려는 징조이다” 라며 예부터 전해오던 혜성에 관한 일화를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것을 엿듣게 된다. 바로 이 말을 유자광이 엿듣게 되고, 이 말을 일명 과잉보도, 왜곡보도 하게 된다. 묵은 것은 예종이요, 새 것은 남이라고 말이다. 결국 이 결과 반역죄를 얻게 된 것이다.

역사는 시간이 흘러 지금 이 시대도 분명 재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후손들에게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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