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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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랜드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원들의 이야기 인줄 알았다.

그저 비정규직법에 대한 반발과 항의라고만 여겼다.

그런 내 자신을 반성했다.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

 

이 책은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였다.

다른 나라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바로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지금 우리 시대, 우리 나라 엄마들의 이야기였다.

정치, 노동법, 노조, 권리와 의무 하나도 모르는 그래서 사회 앞에선 한 없이 나약한...

하지만 쉬는 시간 15분 없어도 좋아.. 하루종일 서서 연장근무 수당도 없이 밤까지 일하는 것을 감수해도 좋아

그저 우리 아이들 밥 세끼 먹이고 우리 집 전기세 낼 돈 월급 80만원만 준다면..

이렇게.. 허리병, 온갖 병을 이기며 일만 했던.. 그저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던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엄마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그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그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조 파업, 점거 농성을 할 사람들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이랜드 정식복장이 아닌, 파란 티셔츠를 입고 들어갈 때 떨려서 고개도 못 들 정도로 겁이 많은 그녀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들에게 욕을 하고, 때리고, 짓 밟은 전경들이 자신의 아들같아.. 썬크림도 발라주고, 물도 먹여주던.. 그녀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냉랭하고 건조하고, 무겁기만 할 것 같았던 이책을 읽으면서.

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파란 티셔츠를 입은 자신을 스머프라고 부르고, 자신들을 이끄는 위원장을 파파스머프라고 부르는 그녀들의 위트와 유머에 웃었고,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자신의 신념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에서 울었다.

 

우리는 너무 정치와 사회에 무관심 했다.

소위 대학 나온 지식인이라는 우리가 너무 한심했다.

그녀들을 돕지 못하고, 다른 나라 이야기 하듯 지켜보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리고 돈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힘 없는 우리 서민들을 휘두르는 높으신 분들이 미워 죽는 줄 알았다.

돈을 위해선 그래야 하는 건가?

경제 발전을 위해선 그래야 하는 건가?

우리나라가 잘 살기 위해선.. 우리 서민들은 짓밟혀야 하는 건가?

 

예전.. 마르크스의 책을 읽었다. 정말. 마르크스의 사상은 공산주의라는 사회로 대변되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훌륭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에 와서도 그 사상을 훌륭히 대변해 낼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인간은 그런 존재니까.. 권력을 갖고 싶어하고.. 누군가 보다는 위에 있고 싶은 거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들이 동지 동지 하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한번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옛날.. 마르크스 사상에 젖었던 지식인들 왜 그래야만 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사회 현실을 보면서 느꼈다.

더는 이대로 우리는 무관심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사회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녀들은 가족 조차도 이해시키지 못한 채 자신과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한다.

생계를 책임졌던 그녀들이 생계보다 투쟁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신념.

그녀의 신념이 무엇일까?

바로 자식들을 위해서란다.

그녀들이 지금 이 투쟁에서 지고 나면, 그녀의 자식들 또한 자신들과 같은 부당한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

그것만큼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는 꼭 이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면.. 이왕 시작한 그녀들이 해내야 한다고 한다.

 

지난 6월 점거 농성으로 방송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이 투쟁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녀들의 신념이 이 시간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녀들은 우리에게 이해를 원치 않는다. 그저 무관심이 아닌, 왜 그럴지 관심만 가져달라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이 그녀들에게 힘이 되고, 응원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긴 투쟁은 끝이 날 지도 모른다.

 

어느 대학생들이 그녀들에게 보낸 간식 박스에 적힌 글귀가 떠올라 마지막에 적는다.

"비 정규직 어머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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