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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죽음이라는 삶의 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두었기에 처절하게 삶의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보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슬프기까지 하다. 삶이라는 것도, 삶을 대하는 감정이라는 것도 참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순된 삶을 살면서 늘 나름의 합리적 목적을 세우고, 이를 쫓으며 사느라,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인가 보다.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많은 소설들이나 죽음을 앞둔 환자를 대했던 의사선생님들의 기록으로도 많이 접했었다. 버킷리스트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대부분의 버킷리스트와 관련된 이야기 속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어서 과거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던지,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에 대한 휴식이라던지, 혹은 자신의 인생을 함께 해온 가족과의 삶 속에서 후회와 아쉬움으로 인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것 등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은 21살의 갓 성인이 된 여자라서 그런지 버킷리스트가 참 그동안의 것들과 달리 새롭게 느껴졌다. 죽음을 앞둔 버킷리스트라는 것이 나의 삶의 철학을 반영하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버킷리스트도 몇 개 떠올려 보게 되었다. 이런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40이 넘어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것이 내게 오히려 위로가 될 때가 많아졌다. 이 또한 모순되게도 막상 죽으려고 실천을 생각하면 두렵다가도 막연히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하루하루를 그냥 살게 된다. 참 인생이라는 것이 모순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라면 각 챕터마다 관련된 내용과 관련된 명언들이 한 문장으로 작성되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의 내용을 읽기 전 명언을 읽고, 곱씹어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명언에 대해 나와 작가의 생각이 서로 어떠한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중 좋았던 명언은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었다. “나는 죽고 너는 산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가는 신만이 안다.” 과연 무엇이 좋은 것일까? 작가는 죽음을 통해 영혼이 자유로워지고, 또 다른 세계에서의 아름다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주어진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죽음이 아름다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결국 이 소설은 반전이 있다. 반전이 있어서 마지막에 책을 기분 좋게 닫을 수 있었다. 인생의 반전이 이렇게 매번 좋을 수만은 없지만, 이런 반전들이 있어야 또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