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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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

 

교과서 속 시(詩)를 읽었던 이후로 참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아주 얇은 시집이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그 어떤 장편 소설보다 깊었다. 시는 참 매력적이다. 우선, 여느 일상의 한 순간을 의미 있게 포착하여 인생의 중요한 순간과 연결 짓고 있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읽은 우리는 그래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시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인생의 한 순간에서 시적 영감을 받아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지는 해’를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비유한다던지, 각자 저마다의 소박한 삶을 하나하나의 ‘별’에 비유하였다. ‘시냇물’과 ‘바람’을 변해버리는 사랑, 나를 지나치는 사랑에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시집 중간 중간 삽입된 이미지들이 이런 시적 매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이미지가 컬러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흑백이라 나로 하여금 마치 과거의 어느 순간을 흐릿하게 기억해내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 더욱 좋았다.

시의 또 다른 매력은 함축된 여백의 미로 인해 단어나 문장 하나에 대해서도 일반적 의미 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 시집에서도 나를 멈추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 문장이나 단어들이 있다. “여태 나는 잡히지 않는 그것들을 사랑하는군요”, “사랑은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따스한 관심만 필요할 뿐이다”, “너를 만나고부터 기다림이 뭔지 알게 됐다”, “마음향기”, “비는 축축한 기억” 등이다. 잡히지 않는 것들을 사랑하는 우리,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사랑을 우리는 참 어려워한다는 것 등.. 그리고 진정한 기다림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후부터 경험했던 것 같다. 기다림이 그렇게 애절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마음에도 향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스스로 겸손해지게 하였다. 마음은 보여질 수 없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풍길 수 있는 향기를 것이 와 닿았다. 그리고 유독 비가 올 때 경험했던 것들이 참 오래 기억되고, 비가 올 때마다 떠올랐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참 내 마음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산뜻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그냥 축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여러 생각들을 하며, 시집에 쓰인 문구들에 동의할 수 있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수많은 여러 저러 생각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내 생각이 논리적이지 않아서 편하고 좋았다. 짧은 시 한편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내버려둘 수 있어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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