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춘기 대화 수업
정현숙 지음 / 팬덤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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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춘기 대화 수업> / 정현숙 지음 / 팬덤북스 펴냄

 

 

현명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춘기 대화 수업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보다, 그 곁에 서 있는 부모의 언어를 먼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주 전 저녁 식탁에서의 장면을 떠올렸다. “숙제 했니?”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금세 왜 이렇게 늦어?”, “핸드폰 좀 그만해로 이어졌고, 아이는 숟가락을 내려놓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식탁 위에 얇게 깔린 얼음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나는 분명 말을 하고 있는데, 왜 대화는 사라질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내가 건넨 말들은 대화가 아니라 지시와 확인, 그리고 통제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명확했다. 아이가 입을 닫은 이유가 사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판단이 얼마나 단순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책에서 말하는 부모 우월주의라는 개념은 특히 오래 남는다. 나는 아이가 대답하지 않을 때마다 부모에게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하지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대화는 수평이 아닌 위아래로 기울어졌다는 저자의 말은, 마음 한가운데를 조용히 건드렸다. 아이가 침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의 말을 머물 공간을 만들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이 뒤따랐다.

그래서 며칠 전,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보았다. “오늘 어땠어?” 대신 오늘 학교에서 제일 웃겼던 일 뭐였어?”라고 물었다. 예상처럼 긴 대답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짧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짧은 문장이 이상하게도 이전보다 더 깊게 느껴졌다. 대화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대화는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책이 강조하는 왜 말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후로도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 아이를 바꾸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서였는지. 그 차이는 아주 작아 보이지만, 말의 온도와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예전에는 답을 듣기 위해 질문했다면, 이제는 아이의 생각이 머무를 자리를 만들기 위해 말을 건네려 노력하게 된다.

이 책은 단번에 관계를 바꿔주는 해결책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이미 굳어버린 침묵 위에 작은 균열을 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균열 사이로 조금씩 스며드는 말들, 그리고 그 말들이 쌓여 다시 길이 되는 과정. 나는 아직도 자주 실패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쉽게 포기하지는 않게 되었다.

사춘기라는 시간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화는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놓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그리고 그 태도야말로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사랑이라는 것을.

 

#사춘기대화#대화단절#팬덤북스#현명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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