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안 나아가는 기분 - 수영장에 빠진 글 노동자의 무기력 탈출기
우지경 지음 / 브.레드(b.read)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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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안 나아가는 기분> / 우지경 지음 / .레드 펴냄

 

 

우지경 작가의 『앞으로 안 나아가는 기분』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물속에서는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낯설지만 동시에 몹시 부러운 말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물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 등록을 했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 숨이 막히고, 발이 닿지 않는 물속에서 나는 늘 불안했고, 물을 마시며 허우적거리는 순간들이 기억에 선명하다. 최근 워터파크에 간 적이 있었는데, 파도풀에서조차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물을 먹었다. 그 공포가 너무 커서 결국 맨 끝자락에 붙어 서서 잔잔해진 파도만 겨우 맞이할 수 있었다. 나에게 물은 여전히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우연히 시작한 수영이 그의 삶을 바꾸고,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그에게 수영은 도피처이자 쉼터이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저자는 물속에서 울고, 물속에서 웃는다. 물은 그 모든 감정을 받아주고 다시 새로운 에너지를 건네준다. 나에게는 여전히 두렵기만 한 물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든든한 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 속의 저자는 수영복을 15벌이나 갖고 있고, 매일 수영장을 찾는다.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힘든 경험이 있어도 다시 수영을 한다. 여행지에서도 수영장을 찾고, 서울에서 지방, 더 나아가 피렌체까지 물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집요함과 열정은 단순히 수영을 좋아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삶을 붙잡는 방식이고, 동시에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버둥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왜 끝내 수영을 극복하지 못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사실 물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꾸준히 해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다. 나는 무엇 하나 오래 붙들고 심취해 본 적이 없다. 수영뿐만 아니라 글쓰기, 운동,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시작은 하지만 쉽게 포기하고, 꾸준함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렇기에 저자의 끈질긴 수영 이야기는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자극을 준다.

물속에서 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나는 물을 무서워서 멀리했지만, 어쩌면 그 무서운 공간이 나에게도 언젠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 안 나아가는 기분이 들 때, 저자처럼 물속에서 몸을 맡기고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두려움을 넘어서는 경험일 것이다. 비록 나는 아직 물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수영을 바라보게 된다. 언젠가는 나도 작가처럼 여행과 글, 그리고 수영에 빠져보고 싶다. 두려움에 갇혀 뒤로만 물러서는 대신, 물의 끝자락에서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 보고 싶다. 그것이 작가의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울림이다.

 

#수영#우지경#브레드출판사#앞으로 안나아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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