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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3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5년 7월
평점 :
<페스트(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 알베르 카뮈 지음 / 이주영 옮김 /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펴냄
카뮈는 전염병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실존적 문제와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작품의 무대인 알제리의 작은 도시 오랑은 페스트로 봉쇄되고, 사람들은 고립된 채 공포와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상황 속에서 각 인물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그 모습은 곧 위기 앞에 선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인물은 주인공 의사 리외였다. 그는 아내의 병으로 개인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리외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가치를 지켜냈다. 모두가 두려움과 무기력에 빠져 있을 때, 그는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모습으로 ‘이상적인 인간상’에 가까웠다. 특히 그가 동료들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사망자를 마주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이의 죽음을 지켜보는 대목이었다.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가 고통 속에 쓰러지는 장면은 신부 파늘루를 비롯한 인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독자인 나에게도 인간이 감당해야 할 부조리와 무력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 순간은 신의 뜻, 정의, 인간의 고귀한 이성 모두가 무너지는 듯한 체험이었으며, 오직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답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랑베르 기자처럼 처음에는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리외와 타루처럼 남아 누군가를 돕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았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역시 ‘나’를 우선시할지, ‘우리’를 지켜낼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때 의료진과 봉사자들, 그리고 묵묵히 책임을 다한 이들이 있었기에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나는 《페스트》를 통해 다시금 연대의 가치와 개인의 책임을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도피, 체념, 희생, 연대… 이 질문은 단순히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팬데믹과 전쟁, 기후 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질문이기도 하다. 카뮈는 페스트라는 은유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동시에 강인함을 드러내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페스트》는 단순한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언젠가 다시 닥칠 위기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묻게 된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리외처럼 책임과 연대의 가치를 선택할 수 있을지, 그것은 결국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 질문이다.
#카뮈#페스트#코로나19#전염병#실존주의#코너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