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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2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7월
평점 :
<이방인(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 알베르 카뮈 지음 / 이주영 옮김 /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펴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실존주의 문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라는 냉정하고 무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울거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주변의 기대나 사회적 규범에 맞춰 슬픔을 연기하기보다, 무더운 날씨와 햇빛, 그리고 자신의 피로에 집중한다. 이러한 태도는 곧 사회가 규정한 인간상과의 충돌을 예고한다.뫼르소는 우연한 사건으로 아랍인을 살해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 나 재판정은 범행의 구체적 경위보다는 뫼르소의 인간성과 태도를 문제 삼는다. 검사는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점, 장례식 다음 날 여자와 해수욕을 즐겼던 점 등을 근거로 그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으로 몰아간다. 결국 뫼르소는 사회와 공존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로 규정되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감정 표현’과 ‘도덕적 기준’이 개인의 실존보다 더 큰 힘을 가지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뫼르소는 처음에는 기적 같은 사형 취소를 기대하거나 판결을 바꿀 방법을 찾지만, 결국 세계가 본질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사제의 회개 권유를 거부하며 분노와 기쁨을 동시에 폭발시킨 그는, 오히려 세계와의 무관심 속에서 자유와 평온을 발견한다. 이는 카뮈가 말한 ‘부조리’의 핵심이자,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 부분, 뫼르소가 사제와의 격렬한 언쟁 끝에 처음으로 어머니를 진정으로 떠올리는 대목이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끝내 무심하게만 바라본 줄 알았던 뫼르소가, 죽음을 앞두고 오히려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순간은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태도는 곧 뫼르소가 자신에게서 발견한 깨달음과 연결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의 틀에서 벗어난 개인의 모습이 얼마나 쉽게 고립되고 단죄되는가 하는 점이다. 뫼르소가 범죄보다도 ‘울지 않았다’는 사실로 더 크게 심판받는 장면은 인간 사회의 위선과 집단적 폭력을 드러낸다. 동시에 뫼르소가 죽음을 앞두고 발견한 세계의 무관심 속 평온함은, 오히려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방인》은 단순히 한 청년의 살인과 재판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의 규범과 개인의 실존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부조리의 드라마이며, 삶과 죽음 앞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다. 카뮈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사회적 규범을 넘어, 세계의 무관심 속에서도 스스로 삶을 긍정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이방인》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읽히고 논의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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