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얼굴> /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펴냄

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숨겨진 얼굴> /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펴냄

이현종의 <숨겨진 얼굴>은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죽이고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벌어진 노부부 살해 사건으로 시작하는 서두는 충격적이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던 ‘희망재단’의 설립자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은 독자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숨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범인의 이유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책장을 멈출 수 없었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병찬과 희성의 시선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냉정하지만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사건을 쫒는 그들의 모습은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바로 노부부의 아들 준혁이다. 부모를 잃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 그는 부모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선량하다고 믿어왔던 부모의 또 다른 얼굴이다. 준혁이 부모의 비리와 재단의 추악한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의 심리 묘사는 정말로 현실적이어서, 마치 내가 그 상황에 놓인 듯이 더욱 몰입하여 책을 읽게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양자역학, 타임슬립 장면’이다. 준혁이 장 박사를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순간, 단순한 추리극이 아닌 인간 심리와 선택의 무게를 다룬 드라마로 확장된다. 만약 내가 준혁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 부모의 잘못을 막고 싶었을지, 아니면 그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를 바꾸려고 했을지 고민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와 미련을 안고 살지만,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과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다. 불필요한 수식이나 복잡한 설명을 배제하고 사건과 인물에 집중한 서술 덕분에 몰입도가 뛰어나다. 사건이 막힘없이 이어져서, 마치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생동감이 있었다. 특히 인물의 심리 변화를 직접적으로 그려내기보다, 행동과 대사를 통해 드러내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해석하게 만들며 여운을 남긴다.

<숨겨진 얼굴>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희망재단의 비리와 그 이면에 숨겨진 돈과 권력의 흐름은 현실 사회의 부조리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비밀과 배신은 섬뜩했지만, 동시에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준혁이었다면 과거로 돌아가 부모를 막았을까, 아니면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나를 지키는 데 집중했을까.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의 숨겨진 얼굴을 마주할 때, 그리고 그 얼굴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것일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숨겨진 얼굴>은 스릴러의 형식을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담백한 문체와 탄탄한 전개, 그리고 묵직한 주제의식이 어우러져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선택의 무게를 다시 한 번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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