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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ㅣ 다산어린이문학
도미야스 요코 지음, 이구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6월
평점 :
<두 개의 달> / 도미야스 요코 지음 / 이구름 옮김 / 다산어린이 펴냄
도미야스 요코의 《두 개의 달》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말하지 못한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그 마음이 시간을 넘어 닿을 수 있을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미스터리한 설정과 판타지 요소, 정서적 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소설은 한 편의 잔잔한 영화처럼 내게 오래 남는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조건으로 아이들을 입양한 할머니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두 아이, 그리고 수몰된 마을의 전설이라는 미스터리한 설정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마음이 끌렸던 건 등장인물들의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츠다 할머니는 사라진 손자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을 품고 살아왔고, 미즈키와 아카리 역시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순간, 나는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추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즈키는 처음엔 차갑고 냉소적인 아이였다. 모든 걸 경계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이가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반드시 널 찾아낼게”라고 외치는 대사는 그 어떤 문장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그 말 한마디에 미즈키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 쌓여왔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냉정한 표정 속에 숨겨져 있던 따뜻함, 그리고 지키고 싶은 사람을 위해 자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미즈키의 성장이고, 독자인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받은 지점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시간의 물길'이라는 표현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행위가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 아니라, 감정의 뒤틀림과 화해를 은유한다는 점이 좋았다. 과거를 바꾸려는 행동이 결국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후회와 속죄,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과거에 머물며 괴로워하기보다는,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사랑하고 지켜갈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 들어 아이와 다툼이 많아졌고, 내가 무심코 내뱉은 “답답해 죽겠네”라는 말에 아이가 “왜 죽어? 살아야지”라고 받아치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지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걸 느끼고 있었고, 더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즈키가 아카리에게 마음을 열듯, 나 역시 아이에게 조금 더 진심으로 다가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두 개의 달》은 판타지적 요소가 있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이야기다. 오래된 별장, 수몰된 마을, 신비한 능력 같은 장치는 모두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배경일 뿐이다. 이 책이 진짜로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얼마나 용기 내어 사랑할 수 있는가이다.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소설은, ‘특별한 능력’보다 ‘특별한 감정’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읽는 동안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고, 책장을 덮는 순간 오래도록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두개의달#판타지소설#청소년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