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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 - 대한민국 청소년이 승리한 아시아 최초 기후 헌법 소원
이병주 지음, 안난초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 / 이병주 / 다산어린이
기후 위기라는 말이 이제는 일상처럼 들리지만,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 말처럼 느껴지곤 한다. 더운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 미세먼지 같은 현상은 익숙해졌지만, 이것이 정말 ‘위기’인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막막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라는 책을 접했다. 이 책은 단지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낸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나를 흔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청소년들이 정부를 상대로 직접 헌법 소송을 제기하고, 실제로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어른들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며, 미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오늘의 주체로 당당히 나선 이야기는 놀랍고도 감동적이었다. 특히 법정에서 울려 퍼진 “국가는 기후 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말은, 막연했던 기후 위기가 법의 언어로 구체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의 기록이 아니다. 헌법이라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을 친절하고 명쾌하게 풀어낸다. ‘딱따구리의 법 노트’ 같은 장치는 어린 독자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익했다. 게다가 만화 형식, 타임라인, 토론 질문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몰입도와 재미까지 잡았다.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날’에 아이들과 불을 끄고 식사를 하며 기후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진지했고, 더워도 에어컨을 참자는 등 실천 의지를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나눈다면 얼마나 좋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단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또한 이 책이 다룬 소송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네덜란드 우르헨다 재단의 변호사와의 연대처럼, 세계 각지에서 기후 행동이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다. 한국의 사례가 세계적인 기후 운동의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점은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는 단순한 감동의 기록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끄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무력감이 아닌 실천을, 체념이 아닌 희망을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그 질문이 바로 변화의 출발점이자, 기후 위기를 끝내기 위한 첫 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