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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5년 4월
평점 :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장하나 옮김 / 안영희 해설 / 코너스톤 펴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인간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고백록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오바 요조의 세 편의 수기를 통해 그의 파멸로 향하는 생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과의 단절감을 느끼던 요조는 가면을 쓰고 광대짓을 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팔지만, 속으로는 깊은 두려움과 불안을 숨긴다. 요조의 이런 행동은 단순한 허세가 아닌, 자신이 세상에 적응할 수 없는 존재라는 자각에서 비롯된 절실한 생존 방식이었다.
소설은 요조가 남긴 수기를 한 화자가 읽으며 시작된다. 첫 번째 수기에서는 어린 시절 요조가 인간 관계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바보처럼 행동하고 광대짓을 했던 모습이 등장한다. 겉으로는 명랑하고 유쾌하지만, 내면에는 끝없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 수기에서는 요조가 청년 시절 퇴폐적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점점 타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쓰네코와의 동반 자살 시도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결국 요조만 살아남아 깊은 죄책감에 빠진다. 마지막 수기에서는 만화가로 생계를 이어가던 요조가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며 인간으로서 완전히 실격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요조의 삶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현대인의 초상처럼 느껴졌다. 요조가 끊임없이 쓰는 ‘광대 가면’은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사회적 가면’과 닮아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웃고, 속마음을 숨기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요조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는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과 우울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요조가 느끼는 ‘인간 실격’의 순간이다. 그는 단순히 사회 규범을 어겼기 때문에 실격자가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삶의 주체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타인의 손에 운명을 맡긴 순간을 진정한 ‘실격’으로 여긴다. 나는 이 부분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인간의 가치는 사회적 지위나 도덕적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책임지려는 의지에 있다는 메시지가 가슴을 때렸다. 또한 요조가 깨닫는 ‘세상의 비난’의 실체도 흥미롭다. 그는 세상이 비난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은 타인들의 개인적인 편견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이는 우리가 흔히 느끼는 ‘사회적 압박’ 역시 실제보다 부풀려진 허상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인간 실격》은 결코 가벼운 작품이 아니다. 읽는 내내 어두운 감정에 휩싸이고, 요조의 끝없는 자기혐오와 방황에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와 자아를 향한 깊은 탐구가 담겨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인간 실격》은 단순한 몰락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언제든 ‘인간 실격’의 문턱에 서 있을 수 있음을, 그러나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간다운 모습일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이 소설은 절망의 끝에서 오히려 인간 존재의 진실을 드러낸다.
나는 《인간 실격》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실패하고 넘어지는 것 또한 인간의 일부임을, 그리고 그 나약함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삶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스스로의 ‘실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깊고도 아픈 거울 같은 작품이다. 지금, 내 안의 가면을 돌아보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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