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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 그림 그리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 일기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5월
평점 :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 전지현 / 시원북스
최근 집안에 수술을 앞둔 가족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자연스레 나도 무기력해졌다. 마음이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몸이 아플 땐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왠지 병원 문턱이 높게 느껴졌다. 이건 단순한 감정일 뿐이라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렇게 애써 넘기려 했다. 그러던 중 전지현 작가의 그림 에세이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를 만났다. 병원 대신 이 책에게, 잠시 마음의 처방을 받아보고 싶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따뜻한 그림들이 먼저 말을 건넨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작가가 진료실에서 마주한 환자들의 마음을 토대로, 때로는 상담기록처럼, 때로는 그림일기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마음의 병도 감기처럼 나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이 말을 읽고 나서야, 내가 느끼는 무기력함도 잘못이 아니라고,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었다.
책은 우울증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르고, 약물치료는 왜 필요한지, 정신과에 처음 가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등을 비유와 그림으로 풀어낸다. 나는 ‘정신과’라는 단어에 아직도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나 자신을 한심하게 여긴 적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마음에 생긴 골절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 그냥 넘기기 쉽다”고 말해준다. 감정도 골절처럼 금이 갈 수 있다는 작가의 비유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책을 읽으며 ‘적응장애’라는 진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의 감정이 3개월 이내에 찾아온다면, 그것은 적응장애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설명을 읽고 문득 내가 그 안에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감정은 늘 이유 없이 오는 게 아니라, 분명히 원인이 있다는 걸 되새기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했던 건, 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마음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았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가족의 수술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도 누군가의 병이 아니라, ‘내 마음의 병’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잘 버티고 있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 속 한 구절에서 멈춰 서게 된다. “실패와 좌절에 걸려 넘어지는 이유는 어쩌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말들 속에 사실은 간절한 마음이 숨어 있었던 거라고, 나도 몰랐던 내 진심을 작가가 대신 꺼내주는 듯했다. 책은 말한다. “전부 네 탓은 아니야.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도 돼.” 누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운다.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는 마음 치유 에세이이자, 자존감을 다시 세워주는 따뜻한 힐링 에세이이며, 그림 한 컷 한 컷이 위로가 되는 에세이이다. 정신과라는 곳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아직 그 문턱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씨앗을 심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않는다”고. 그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 어쩌면,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었다. 지칠 때마다, 우울감이 엄습해올 때마다 꺼내어 작가의 따뜻한 말을 다시 되새길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혼자 오해하고, 너무 많은 감정을 혼자 참아낸다.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에 조용히 다가와, 나를 가장 이해하는 사람처럼 말해준다. “괜찮아, 다 네 잘못은 아니야.”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마음이 아픈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한 권’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도 마음에 씨앗 하나를 심는다. 언젠가 꽃이 피기를 바라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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